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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통념(4·11 신기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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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통념(4·11 신기류:7)

입력
199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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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대 반민주·여촌야도 “퇴장”/여야 차별성 적고 지지층 중복/역색깔 공세에 역관권시비까지역대선거에서 상식에 속했던 선거속설과 통념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선거통념의 파괴이다. 이같은 통념의 파괴는 4·11총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중의 하나이다. 정치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만 일순간에 변해버린 선거양상에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지지도면에서 여당이 농촌에서, 야당은 도시에서 우세를 보여왔던 여촌야도현상이 무너진지가 오랜일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됐다. 이는 도농간의 유권자 정치의식 수준차가 좁혀진데다 지역주의 고착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된다.

역대 선거전의 중요한 준거틀을 이뤘던 민주―반민주 구도도 무너졌다. 과거 야당 행사장이나 야당후보 연설의 단골메뉴였던「독재타도 민주쟁취」구호는 선거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득표력에도 한계가 있다.

전통적인 여야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각종 현상들은 선거통념 파괴흐름을 가장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우선 여야후보들간의 획일적 차별성이 사라졌다. 관료, 군, 법조계 등 기득권층은 여당을 택하고 운동권과 재야세력은 야당으로 몰린다는 통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신한국당은 야당보다 훨씬 색깔이 강한 좌익성향의 재야출신인사들까지 영입, 일선에 배치함으로써 야당으로부터 역색깔론 공세를 당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야당은 군출신과 경제인, 법조인 등 기득권층 인사들을 끌어들여 보수화 포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함께 여야의 주공략 계층도 기존통념을 벗어나고 있다. 신한국당은 전통적인 여당 지지계층인 보수·중산층만이 아니라 소외계층과 개혁선호세력의 지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전략도 이들에 대한 공략에 무게가 실려있다. 이에비해 야당은 기득권층인 보수중산층을 겨냥한 갖가지 「보수상품」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또 여당다운 선거운동과 야당다운 선거운동이라는 통념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거 야당수법이었던 비방선거 홍보전에 야당보다 오히려 여당이 한발 앞서고 있고 야당은 자제하는 경향도 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났던 정부·여당의 관권선거시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기류중의 하나이다. 지자제선거이후 지방행정조직을 이용한 여당의 관권선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자치단체장을 대거 장악한 야당의 역관권선거시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고,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도 설득력을 잃고있다. 신한국당은 여당지지성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20대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토록 투표율 제고를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전에서는 조금이라도 얼굴이 더 알려진 사람이 유리하다는 통설도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4선이상의 중진의원들이 정치신인들에게 쫓기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에 따라 중진의원들에 대한 반감, 기존정치권에 대한 불신, 세대교체바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의 통념이 상당부분 파괴되는 선거혁명을 예고하고 있다.<이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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