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국회의원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여야 각당은 지역구공천을 마무리한데 이어 전국구후보공천작업을 극비리에 진행중이다. 6대 국회부터 처음 채택된 이래 이번 15대 총선으로 8번째로 실시하게 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제―전국구제는 많은 장점을 지닌 훌륭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도입초기부터 지금까지 오용·왜곡되고 갖가지 병폐와 부작용을 낳아 폐지논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정당에서는 벌써부터 전국구공천과 관련한 불미스런설들이 떠돌아 국민을 긴장케 하고 있다. 각당은 엄정한 공천으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유럽에서 1백여년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전국구제는 의원선거를 종다수결정으로 인한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고 모든 정당이 골고루 의석을 확보하며 특정정파에 의한 다수의석의 독점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이와함께 정치의 질을 높이고 의정활동을 내실화하기 위해 직업정치인들이 아닌 각계 직능대표―전문가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취지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부터 여당은 친여인사 발탁의 방법으로, 야당은 지역구후보지원을 위한 특별당비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헌금을 받고 의원직을 팔아온 것이 관행처럼 되었다. 결국 여당은 충성파확보의 발판으로, 야당은 전국구가 되어 많은 국민으로부터 빈축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다.
특히 최근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서로 92년 14대총선때 전국구공천을 최고 30억∼40억원에 거래했고 이외에 당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가 거액을 챙겼다는 폭로와 공방은 국민을 아연케 한다. 국회의원직을 돈을 받고 팔았다는 것도 그렇고 그 과정에서 지도자가 사사롭게 착복했다면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전국구후보자리를 판매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너무나 뚜렷하다. 선거가 있는 올해의 경우 국민혈세로 5백여억원의 국고보조금이 각당에 지급될뿐더러 영국식을 모방한 통합선거법은 철저하게 돈을 적게 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후보지원은 명분이 없다. 특히나 국민은 김대중 국민회의·김종필 자민련총재가 전국구공천에 일절 특별헌금을 받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전국구자리의 판매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전국구의원들이 정치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렸는가. 또 일부지도자들이 헌금공천자들에게서 받은 거액을 그나마 당에 내지 않고 축재했다는 얘기를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또다시 공천장사―의원직판매를 할 경우 그 정당과 지도자, 그리고 의원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과 지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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