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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 잃고 쇠고기시장도 잃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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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 잃고 쇠고기시장도 잃을 판

입력
1996.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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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우 입수·사육 일 고급육시장 노려/뒤늦은 「종우단속」 불구 이미 엎지러진 물/외국산 화우 대 고유 화우 대결전 불보듯미국이 일본 고급육 시장에 침투하기위해 일본 고유종인 화우의 종우를 입수, 연구중인 것으로 밝혀져 일본 축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기 전인 91년 4월 이미 쇠고기시장을 타의에 의해 개방했으며 현재 전체 쇠고기시장중 60% 가까이를 미국 및 호주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자유화 첫해인 91년 경우 수입육은 전체소비량 108만4,000톤중 46만7,000톤에 불과했으나 92년에는 전체 120만1,000톤중 60만5,000톤으로 절반을 넘었고 94년에는 143만9,000톤중 60%에 가까운 83만4000톤으로 늘어나는등 수입쇠고기의 일본국내시장 공격은 거세지고 있다.

그나마 일본산 쇠고기가 국내시장에서 살아 남아 수입품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맛때문. 육질사이에 서리가 내린듯 기름이 곱게 박혀 상강우로도 불리는 고급 화우가 일본인의 입맛에 맞아 비싼값으로 팔리는 바람에 일본 육우산업은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14만여명을 회원으로 가진 일본화우등록협회에 따르면 화우의 종우가 미국에 건너간 것은 지난 92년. 당시 수출된 5마리중 2마리는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몬지로(문차랑)」라는 일급 화우의 새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동안 고급육질생산과 우수소의 정액 유출방지에만 전력을 다했을 뿐 종우의 유출에는 신경을 쓰지 않다가 허를 찔린 셈이다. 화우등록협회는 우수유전자를 가진 화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2년전에야 수립했다.

화우등록협회가 종우의 유출에 이같이 한탄을 하고 있는 것은 상강우 생산의 지름길이 좋은 종우의 확보에 있기 때문. 사료의 선택, 비육방법등의 개선으로 상강우를 생산할 수도 있으나 종자가 얼마나 우수하느냐에 따라 육질이 크게 달라진다. 미국으로 건너간 우수 종우는 인공수정을 통해 최고급육질을 가진 새끼를 수만마리나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2년전에 죽은 「안복」이 생전에 남겨놓은 냉동정액으로 탄생된 송아지 1마리값이 현재도 일반 화우의 3배가량인 최소100만엔에 이르고 있다. 안복의 「자손」들은 다히우라는 고급육 브랜드로 전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안복을 입수한 기후(기부)현에서는 정액의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화우를 수입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미국만이 일본과 질병을 가진 소의 수입을 막기 위한 가축위생조건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모두 95마리를 수입했다. 이들중 최소한 몇마리는 종우로 선택됐으며 이 종우의 「자손」들은 미국에서 캐나다 뉴질랜드로 팔려나가 축산대국의 목장에서 화우로 사육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는 「WAGYU」(화우의 영어명)협회가 결성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축산업계는 아직까지 최고급의 화우가 외국에서 생산됐다는 정보가 없고 이 쇠고기의 육질이 일본 고급육에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고급육은 아니더라도 현지의 소와 교잡한 잡종1세대(F1)는 준고급시장에서 화우의 대항세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홀스타인등 유우를 화우와 교잡한 잡종1세대로 대항할 움직임이므로 외국산 F1과 일본산 F1간의 F1결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축산업계는 이래저래 쇠고기부문에서는 UR의 제2라운드에 들어간 셈이다.<도쿄=박영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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