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심끝에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오는 4월1일부터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45%에서 0.3%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세수감소는 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증시부양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상당히 깊숙히 가라앉은 증시가 거래세 몇푼 깎아주는 부양책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면 그것처럼 경제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대다수의 증시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현행의 증시를 살리기에는 너무나 미흡하다고 판단,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측으로서도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조처는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라 하겠다.
4·11총선거를 목전에 두고 증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집권여당은 초조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증시부양책도 이러한 여당에 대한 정치적 배려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더 이상의 정부부양책이 있어서도 안되겠다. 사실 이번의 증시부양책도 쓰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증시침체는 경제 및 경제외적, 또한 단·중·장기적요인 등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므로 거래세인하 등과 같은 자금의 가용성이나 거래이익을 약간 증대시켜 주는 것과 같은 인위적인 단순부양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적기관의 하나인 증권시장이야말로 시장의 자율기능에 내맡기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다.
세계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 이 자본시장의 자율화에 가장 충실하다. 증권거래소나 감독기관인 증권감독위원회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거래소의 원활한 운영, 내부자 거래, 주가조작 등 불공정·불법거래의 발본색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재정경제원 증권당국자가 증시부양책을 직접 내놓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정부의 대증시정책은 일본대장성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관주도 증시정책인데 한일 양국에서 다 같이 이 방식의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정경제원은 직접 간섭하는 구태의연한 시장개입을 여전히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을 오늘처럼 육성시키는데 정부의 기여가 컸지마는 반면에 지금처럼 자본시장의 질서와 문화를 왜곡하고 낙후시킨데도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94년 11월 1,145포인트의 최고점에서 1년6개월 사이에 850포인트선까지 하락한 것은 심각한 침체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부양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기둔화, 정치불안, 기업의 경쟁력 불투명, 주가조작, 경제개혁 등 정치·경제적 복합요인에 의한 것이다. 미국형 증시정책을 빨리 도입, 정착시켜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