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때마다 야당의 전국구 공천에는 뒷말들이 많았다. 30억원설, 50억원설이 있는가하면 심지어「전국구」라는 비아냥마저 있었다. 지난 14대때 민주당은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아예 공개적으로 전국구후보들로부터 특별당비를 받기도했다. 당시 야당가에는 『모씨가 100억원을 내놓았으나 전국구 재선금지 원칙에 따라 낙천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전국구제도가 전문성 제고라는 취지를 벗어나 매관매직의 창구로 악용됐던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신한국당 강삼재 총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더이상 전국구가 거래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은 백번 옳은 얘기다. 특히 『용납될 수 없는 범법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한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정치쇄신의 의지가 넘쳐나고있었다. 그러나 강총장의 옳은 말을 끝까지 듣고난후 청량감이 느껴지지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주장에는 정치현실을 감안하지않은 오만이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이 기업의 지정기탁금, 후원금을 독식하고 야당의 자금줄이 막혀있는 현실을 강총장은 무시하고있는 것이다.
구체적 통계를 보더라도 93년 199억원, 94년 170억원, 95년 231억원 등 최근 3년간 600억원에 달하는 지정기탁금이 여당에만 갔다. 금년에도 현재까지 92억원이 모두 신한국당에 기탁됐다. 이처럼 기형적인 지정기탁금 제도를 그대로 둔채 야당의 전국구 헌금만을 문제삼는 것은 오만함에 다름아니다. 전국구 헌금이 반드시 청산돼야할 구태이지만, 기탁금을 모조리 독식하는 여당의 자세도 결코 정도는 아니다.
아울러 강총장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않고 그저 예측수준의 주장을 내놓는 태도도 흔쾌한 대목이 아니다. 얼마전 강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 「20억원+알파설」을 터뜨려놓고 유야무야한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있다.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 막말을 하면, 정치전반의 수준도 막간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