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일 교수 녹색평론에 문제점 지적 기고/“경험·역사적으로 「쓰레기」임을 알거나 대중작가 행복을 위한 「무시하기」 때문”『문학평론가들은 잘 팔리는 책은 읽지 않는다. 평론가들은 대중소설은 안 본다』 베스트셀러 문학작품에 대해 침묵하는 평론가의 태도가 공격받자 한 현역 평론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도정일 경희대교수는 「녹색평론」 3·4월 합권호에서 대중소설의 창작방식과 문제점을 지적한 「흰 나방이 날개를 펄럭일 때―소설·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야기」라는 글 서두에서 평론가들이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지 않는, 또는 읽어도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매디슨>
평론가, 혹은 대학에서 문학교육을 맡은 사람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듣고 답변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고 도교수는 말한다. ①소설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평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수십 만부가 팔렸다면 그 사실만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지 않나 ②읽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읽을만한 소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가 ③처음부터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라면 「대중성」에 대한 편견 아닌가. 도교수는 반복되는 질문과 대답의 따분함을 피하기 위해 꾀를 낸 답변이라고 에둘러 말하면서 이 세 질문에 답했다. ①에 대한 대답, 평론가는 일단 수십만 혹은 수백만부 팔린 소설은 무조건 읽지 않는 버릇이 있다. 이 「무시하기」는 대중작가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②에 대한 대답, 수십만부 이상 팔린 소설치고 쓰레기 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을 평론가는 「역사적으로」 알고 「경험적으로도」 안다. ③에 대한 대답, 확고한 판단 위에서 읽지 않기로 작정하는 것은 편견의 작동이 아니라 정책발동이다.
덧붙여 그는 「동서를 불문하고 밀리언셀러들이 이룩한 공로는 애꿎은 나무 희생과 자연파괴 뿐」이라든지 「쓰레기를 식별하기 위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평론가는 편견이 아닌 경험과 판단에 의해 신뢰하지 않는 작가의 출산물까지 읽어야 할 시간이 없고, 그럴 의무도 없다고 썼다.
도교수는 우리나라에서만 100만부 가까이 팔려나간 번역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에 과도하게 함몰되어 그로부터 헤어나지 못할 때 독자는 자신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환경의 문제와 모순, 경험과 가치와 갈등을 모두 허위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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