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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전집」의 간행을 보고(소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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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전집」의 간행을 보고(소설평)

입력
1996.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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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언어 전통 정서 가득한 보고창작경력 30년을 넘기고 있는 중진작가 이문구의 전집 가운데 1차분 두 권이 이번에 간행(솔출판사)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전집 가운데서 초기의 단편들을 모은 제1권 「다갈라불망비」와, 「우리 동네 ○씨」연작을 모은 제7권 「우리 동네」가 나온 것이다. 이문구의 소설들이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감안해 보면, 그리고 오늘 이 시대의 상황에 대하여 그의 소설들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를 생각해 보면 그의 전집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단연 주목에 값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의 표면적인 내용만을 단순하게 따지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솔직히 말해 이문구의 소설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문구의 중요한 소설들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농촌공동체가 거대한 산업화의 물결과 부딪치면서 어떻게 내면적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가를 노여움 섞인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농촌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작품들 역시 이러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거니와, 그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의식의 기조에 대해서 나는 적지 않은 이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문구의 소설들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의식의 기조에 대해서 내가 적지 않은 이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의 소설들을 읽고 깊은 감동을 느끼며 그의 소설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학이 가진 가장 귀중한 보석의 하나라는 결론으로 나아가는데 하등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이견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의 표면적인 내용만을 단순하게 따지는 차원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을 떠나 보다 더 본질적인 차원으로 이동해 보면, 거기에는 나를 감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나로 하여금 「이문구의 소설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학이 가진 가장 귀중한 보석의 하나다」라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 요소들은, 말을 바꾸어서 표현하면, 나로 하여금 「진짜 한국인의 언어, 진짜 한국인의 문학적 전통, 진짜 한국인의 정서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이문구의 소설을 보아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며, 「서양의 제국주의국가들이 지구 전체를 제패하면서부터 비롯된 세계사의 한 단위 속에서 삶을 영위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운명지어진 한국인으로서 도대체 이제부터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문구의 소설을 보라」고 권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다.<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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