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관리 등 수작업 자취감춰/출판사선 납활자·원고지 없애/PC통신 일상화 “지구촌” 실감반세기동안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이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은 어떤 과학기술보다 엄청나다. 초기에는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에게나 의미있었지만 이제는 생활의 곳곳에 스며들어 새로운 문화를 전개시키고 있다.
은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업무시간이 지나거나 주말이 되면 현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급전이 필요하면 친지들에게 수소문하던 것도 오래지 않은 일이다. 이제는 무인점포나 24시간편의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아무때나 돈을 찾을 수 있다.
컴퓨터가 보편화하기 전에 통장은 모두 수기로 정리됐다. 20여년전만 해도 은행에 입사하면 주산과 펜글씨부터 배워야 했다. 이전세대는 펜대신 붓글씨로 어음을 쓰기도 했다. 이제는 계좌개설부터 통장발급, 입출금 업무가 완벽하게 컴퓨터로 처리된다.
기업의 업무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경리직원들은 며칠씩 밤을 새가며 정리를 해야했지만 이제는 인사관리나 재정부문 등 모든 업무가 컴퓨터로 처리돼 몇시간이면 끝난다.
신문사나 출판사의 풍속도도 천양지차로 변화했다. 80년대말까지만 해도 기자들은 원고지를 구겨가며 기사를 써야 했다. 제작과정도 납활자를 주조해 조판한 뒤 납으로 연판을 만들어 윤전기에 걸어놓고 인쇄해야 했다. 이제는 종이와 납 대신 컴퓨터가 모든 과정을 처리한다. 책상 앞에 앉아 한 손에 담배를 쥐고 연기를 날리며 원고지를 메우던 소설가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더이상 책상 주위에서 구겨진 원고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으며 만년필은 자취를 감추고 PC와 모니터 화면이 자리잡았다.
컴퓨터는 친구와 만나는 생활의 공간이며 놀이기구이기도 하다. 컴퓨터와 모뎀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PC통신이 일상화하면서 실재와는 다른 가상공간이 생겨났다. 친구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도 전자우편으로 대신해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소식을 전할 수 있다. PC통신을 통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기도 한다. 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에 있는 사람과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
컴퓨터기술은 가상의 공간을 현실과 꼭같은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컴퓨터가 만들어 내는 가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인식되도록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개념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컴퓨터는 이제 우리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게 된 것은 컴퓨터가 인류에게 선사한 커다란 선물이다.<이지선 기자>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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