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국립예술재단 지원금 40%나 깎아 미국 문화예술계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한파의 진원지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이다. 연방정부의 예산적자를 개선하기위해 삭감분야를 찾느라 혈안이 된 워싱턴의회가 국립예술재단(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에 대한 정부지원금을 40%나 깎아 버렸다. 뿐만아니다. 강경보수 의원들 사이에는 아예 97 회계연도부터 예산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국립예술재단자체가 존폐여부의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재단의 예산 압박이 음악 미술 무용등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위축시킬 것은 불문가지다. 박물관이나 각종 전시 공연 프로그램들도 축소 폐지되는 등 활동반경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미국 예술계의 창작활동 지원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었다고 할수있다.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뉴욕의 경우 국립예술재단 지원금의 5분의 1 가량을 「할당」받았다. 기성화단이나 문단으로 발돋움하려는 재미 한국 작가 예술인들도 미국의 각종 재단지원금, 특히 정부지원금의 혜택으로 작품활동에 힘을 얻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 이들의 어깨는 축처져 있다.
지난 95년 국립예술재단의 예산은 1억 6,200만달러 규모였다. 이 돈으로 총 3,695건의 예술활동을 지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지원을 받기 위한 신청 건수는 1만 6,000건을 상회했었다. 반면 9,950만달러로 줄어든 예산으로 가능한 올해의 지원규모는 기껏해야 1,400∼1,500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위기가 이처럼 얼어붙게 되자 지원금 신청 자체부터 격감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달중 각종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신청은 1,300여건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분야별로 신청마감이 이달이나 내달이지만 지원신청이 쇄도하던 예년과는 현저히 다른 양상일 것이라는게 한숨섞인 전망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다. 정부의 예산삭감은 재단운영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우선 238명의 직원중 90명이 이미 감축됐다. 재단은 또 음악 미술 무용 문학등 17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던 방식을 바꿔 올해부터 추상적인 이름을 붙인 4개 분야로 통폐합을 단행했다. 새로 만들어진 4개분야는 「건강 및 보존」「창작과 발표」「교육과 연결」「기획과 균형」등으로 명명돼 있지만 재단 관계자들 조차도 기존의 구체적 프로그램들을 어느 분야로 소화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예술인들도 자신의 창작활동을 어느쪽으로 규정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재단은 줄어든 예산을 어느 분야에 얼마나 배당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뜨고 있는 것은 재단지원의 결정기준이 법제화돼있다는 점이다. 가령「생식기나 배설기관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작품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주지 못하게 돼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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