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자기 몸의 안전을 돌보는 것이야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 무슨 그런 것까지 나라가 간섭하는가 하고 속으로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규가 있게 된 밑바당에는 개인의 신체가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 공동의 재산이기도 하다는 근대 시민의식과 생명존중사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실 사람이 태어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부모는 물론이고 형제와 이웃, 학교 선생님과 직장의 상사, 선배 같은 이들의 무수한 가르침과 보살핌이 없어서는 안된다. ◆자기 몸이라 해서 제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큰 잘못임은 이 때문이다. 자살 미수나 방조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비유하자면 자기 돈이라 해서 지폐를 찢거나 동전을 찌그러뜨리는 등 함부로 훼손하면 벌을 받는 것과 같다. 이같은 인명의 공유질서는 한 개인이나 민족, 나라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요 국제적으로도 얼마든지 그 외연을 넓힐 수 있다. ◆북경 천안문 민주운동을 유혈진압한 중국에 대해 미국이 인권탄압이라고 규탄할 수 있는 명분도 여기서 출발한다. 중국이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 전근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고백과 같다. 중국은 대만을 겨냥한 최근의 군사훈련 역시 중국의 내부문제이니 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내집 식구를 죽이든 살리든 내가 알아서 할일이지 남들이 웬 간섭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지도자들의 이런 오만한 자세에서 가족을 가장의 소유물로, 백성을 국가에 대한 종속개념으로만 파악해 온 중국의 전제적 사고가 공산혁명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살아 있음을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