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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극장의 「카스파」/언어의 폐해 집요한 경고 메시지(연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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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극장의 「카스파」/언어의 폐해 집요한 경고 메시지(연극리뷰)

입력
199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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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동원 주제부각 연출 돋보여 CF의 카피들이 강요로, 문학적 수사가 환상만 주입하는 거짓으로 여겨질 때 언어는 결박이며 공해다.

 「관객모독」의 독일작가 페터 한트케의 「카스파」(극단 우리극장)는 언어에 대한 그의 집요한 관심과 언어의 역기능에 대한 경고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언어를 모르고 동굴 속에 갇혀 지내온 카스파가 말을 배우면서 질서와 의식을 갖게 되는 과정과 언어에 짓눌려 다시 파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트케는 어떠한 수사적인 표현도 배제하고 현상의 단순묘사에 그치는 대사들만을 활용한다. 1막에서 언어교사들이 카스파에게 가르쳐 주는 말 속에는 언어철학적 기초지식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연출가 고금석은 이 말들을 가능한한 다양한 사회적 언어의 형태로 포장하고 있다. 뉴스 광고 영화 등 매스컴의 언어, 시장판과 지하철역의 말들, 금언 속담 경고문 등…. 독특한 어휘들과 특유의 리듬을 강조, 일상언어들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2막에서는 카스파가 언어의 소음 속에 다시 말을 잃어가는 과정이 상징적으로 표현됨으로써 인간을 세뇌시키는 규범, 조작등 언어의 유해성을 비판하고 있다.

 영상을 동원해 주제를 부각하려 한 연출도 눈길을 끈다. 막간에 9대의 모니터 화면 속에 영향력있는 정치인들이 등장, 고도의 정치적 언사와 그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이 장면들 사이사이 톱으로 썰고 소방차로 쓸어버리는 장면들이 삽입되면서 언어공해를 모두 없애 버리겠다는 의도를 표현하고 있다.

 4·11총선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요즘, 실체는 사라지고 말만 난무하는 정치판에 회의해 본 사람이면 한번쯤 의미를 곱씹어 볼 만하다. 4월7일까지 뚜레박소극장 하오 4시30분 7시30분 토일 하오 3시 6시 화요일 휴관. (02)745―9710<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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