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후 소원해진 북중관계강화 은근히 노려/「미 비난 중 두둔」으로 국제고립상태 탈출 속셈도 북한은 긴장감이 감도는 중국의 양안사태를 외교적 입지강화를 위한 계기로 활용 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이 대만 인근 해역에 처음으로 미사일 3발을 발사한 8일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인민군판문점 대표부 비망록을 발표, 『미국이 잠정협정 체결 제의에 호응하지 않으면 최종적이고 주동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12일 태국주재 이삼로 북한대사는 『미국이 잠정협정 체결을 받아들일 경우 한국이 옵서버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같은날 중국주재 최한춘 북한참사관은 『북한의 제의는 최종적이고 주동적인 조치』라고 위협을 되풀이했다. 14일에는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을 두둔하는 내용의 평양방송을 내보냈다.
전문가들은 양안사태가 북한에 특별히 유·불리한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나 북한이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북한이 동구권 몰락과 중국 개방으로 갈수록 약화돼가고 있는 국제적위상을 양안사태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 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을 이용해 북미관계 개선 주장을 다시한번 되풀이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에도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독립변수임을 어떤 식으로든 재인식 시키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안 사태가 정치적 안정과 변방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력을 다지려는 중국 권부의「계산」된 행동임을 감안해 볼때 북한은 이번기회에 한중수교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강화하고자 할 것 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자신들의 가치를 중국에 재확인 시키려 들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이미 대만과 경제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이 경화결제를 요구하며 대북 무역을 꺼리는 사이에 북한과 대만의 교역량은 92년 667만달러에서 94년 1,000만 달러를 넘었고 95년에는 1,5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등 증가추세에 있다. 북한의 외화상점에는 대만 제품이 많다.
허문영 민족통일연구원 교수는 『두나라 모두 외교적으로 고립됐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데다 대만은 정치적으로, 북한은 경제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라며 『중국은 북한과 대만의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정부 역시 양안 사태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이번 사태의 결과를 토대로, 남한에서 국지전이나 돌발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미국이 보일 태도를 예측하고자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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