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연기열정 “큰 산처럼”/1941년 「대추나무」 데뷔후 연극 등 300여편 출연/“그저 무대에 서는 것 만으로도 기뻐” 후배 귀감 반세기 넘게 묵묵히 무대를 지켜온 원로배우 강계식이 팔순을 맞아 기념무대에 선다. 평생 한 우물을 판 그의 장인정신을 기려 한국연극배우협회(이사장 박웅)와 극단 서전(대표 박계배)이 「제국의 광대들」을 4월14∼23일 문예회관 대극장에 마련한다.
1917년 충남 온양(현 아산시)서 태어난 그는 1941년 극단 현대극장의 「대추나무」(유치진 작·서항석 연출)에서 주역으로 데뷔, 지금까지 연극 200여편, 영화 및 TV드라마 100여편에 출연해 왔다. 최근엔 단역으로 굳어지다시피 했고 이번 기념공연에서도 주역은 젊은 배우 추상미 이정성에게 넘겨주었지만 배역욕심은 이미 초탈했다. 『후배들이 마련해 준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그저 연기밖에는 재주가 없어 팔순까지 해왔다』는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77년 겨울 장충동 국립극장에 눈이 하얗게 쌓였을 때였어요. 극장장이 고설봉 이기홍, 그리고 나 세 명을 불러 이제 정년퇴직이라고 하더군요. 연극계 최초의 퇴직이었어요. 눈을 헤치며 극장에서 내려와 고설봉씨랑 헤어지면서 한동안 손을 흔들었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많이 울었죠』 그러나 국립극단은 떠나도 무대는 떠날 수가 없었다. 그는 여러 극단과 TV에서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게 됐다. 단 한 장면을 출연하더라도 연습장엔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게 그였다.
그에게 연극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파고 속에서 자신을 꿋꿋하게 지켜 준 준거이기도 했다. 광복직후의 혼란기, 치기로 가득찬 젊은 한때를 한 눈 한 번 팔지 않고 선배들을 좇아 연극만 해온 그의 모습은 우직스럽게도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맡은, 을사륵약에 반대한 충신 한규설 대감역에도 별다른 감회가 있다. 선배연극인 고 유치진 선생의 부인 심재순씨가 한규설 대감의 외손녀라는 인연때문이다.
윤대성이 쓰고 박원경이 연출하는 「제국의 광대들」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과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 각 세대의 인식차이를 꼬집는 내용. 고설봉 전방일 추석양 장민호 이치우 이진수 등 원로·중진급 배우들을 비롯한 연극배우협회 회원 60여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하오 4시30분 7시30분. (02)764―5087<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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