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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고3 급식안(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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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고3 급식안(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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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생을 둔 어머니들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자녀들의 도시락을 싸주는 일이다. 고2 고3은 대개 두개를 싸줘야 하니 더 어렵다. 도시락을 준비하기 힘든 가정을 위해 이른 아침 집으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업소까지 생겼는데, 참으로 한국적인 현상이다. 몇년전 한 여성독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웃집 부인에 대한 얘기를 나에게 편지로 보내준 적이 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 있다.

 <…그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 나의 가슴을 때린 것은 싱크대에 가지런히 씻어놓은 대여섯개의 도시락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세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싸느라고 벚꽃놀이 여행 한번 못가던 그가 어떻게 차마 눈을 감았을까요…>

 그러나 도시락을 싸주는 어머니만 힘든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힘들다. 책가방에 도시락까지 들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고, 도시락 두개를 들고 가 저녁까지 먹어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특히 한여름 한겨울에는 음식이 상하거나 너무 차서 못먹는 날도 있다.

 학교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킨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학교급식을 왜 전면 실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학교급식 시설을 못할 정도로 가난한가. 급식시설은 학교의 기본시설로 생각하는게 옳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정부는 어머니들의 그런 질문에 좀 더 진지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신한국당은 최근 우선 고3 학생들에게 올해부터 학교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고교 학교급식은 98년부터 확대해나갈 방침이었는데, 이를 앞당겨 급식을 희망하는 고교들은 후원회를 만들어 고3 급식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당정교육위원회는 또 외부에서 학교에 도시락을 납품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3학생들부터라도 학교급식을 먹이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선거용 발표라는 인상을 준다. 92년 대선에서 김영삼후보는 학교급식 실시를 약속했으나, 그 공약은 아직도 공약으로 남아 있다.

 학교급식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대선공약도 안지킨 정부여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3학생부터라도」라는 빈약한 약속을 하는 것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고3 급식이 표를 모을만큼 절실한 문제라면 그동안 왜 해결노력을 하지 않았는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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