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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투자」 계몽/리민복(서울에서 본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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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투자」 계몽/리민복(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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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에 온지 얼마 안돼 어느 여자중학교에서 안보강연을 할 때 였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전두환 전대통령의 유혈무법한 정권찬탈문제로 온나라가 떠들썩 하던 시기였다. 청순하게 생긴 한여학생이 당돌한 질문을 해왔다.『나는 이 세상(남한)이 참으로 저주스럽고 정말 살기 싫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째서 목숨까지 걸고 이곳에 왔습니까』 이 물음에 동감이나 하듯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내가 어떻게 대답할까 대단히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차분하고 의연하게 답변을 시작했다.

 평소에 느끼고 있던 그대로를 말했다. 『…그래서 이 사회는 희망이있고 국민이 살 맛이 나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대통령도, 그 누구도 잘못하면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북한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온 나라를 구렁텅이에 빠지게한 김부자를 비판은 커녕 「어버이 수령님」으로 부르지 않으면 처벌 받는 세상이 바로 북한이다』

 나의 답변이 끝나자 장내가 정숙해졌다. 남한에 와서 가장 부러웠던것은 민주화의 확립과정과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경제제도였다. 남한에서 1년 남짓 살아본 결론은 정정당당히 살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며,「술과 담배, 계집질만 안하면 굶어죽지 않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주의 사회의 최대약점인 이기심, 비정함등이 무서울 정도로 느껴지는것도 사실이다. 대표적 실례가 생활수준은 북한보다 하늘같이 높지만 통일에 대한 의지는 반대라는 점이다.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면서 느낀 바이지만 「통일비용」때문에 자기들 생활에 손해가 올까 우려해 『통일해서 뭐하냐』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데 놀랐다. 북한주민들은 통일소리만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

 남한인의 이기심에 장단을 맞추듯 정부의 통일관련 홍보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해나는 「통일비용」이 아니라 이익나는 「통일투자」라고 개념부터 바꿔 국민들을 계몽해야 할것이다. 북한에 대한 통일비용을 걱정하지만 실제로 북한은 개혁개방만 잘하면 저절로 살아갈수 있다. 개인농제도를 도입해 농업개혁만 실시해도 2∼3배의 식량증산으로 배부를 수 있고,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백두산등 관광수입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개혁개방(최소한 중국식)을 못하는 것은 남한을 의식해서이다. 남한은 이를 감안해서라도 남한 이기주의를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의지의 결여는 하루에 2,000∼3,000명의 동독인들을 받아들인 서독인들의 통일자세와, 2년동안 받아들인 1백명정도의 탈북자도 제대로 수용못해 「김형덕 북향사건」까지 내는 남한과의 대비에서도 잘 나타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귀순자 수보다 몇배 더많은 통일관련 기관과 인원이 있으면서, 또 상당한 예산을 쓰면서도 명철한 대책이 왜 없는지를 심각히 재고해 봐야 한다.

 북에서 살아본 사람이 북한을 가장 잘 알 수 밖에 없다는 단순한 상식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많은 대북기관과 통일연구기관들이 북체험자(귀순자)들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자문객으로 이용될뿐이고 직원으로 채용된 경우는 안기부내의 몇명이 고작이다.

 최고의 지식은 체험이다. 체험은 지식을 대치할 수 있어도 지식은 체험을 대치할 수 없다. 통일염원에 사무친 실향민을 통일주체로 하기 위한 제도도 강구되었으면 한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온 귀순자들을 단순히 난민취급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황해 서흥·39세 ▲평양 김책공업대 수료 ▲남포농대 졸업 ▲과학원 토양학연구소·밭작물연구소 연구원겸 사로청위원장 ▲북한의 강냉이 농사 전문가 ▲중국과 러시아 거쳐 95년 2월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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