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역기능 의식 득표강화 포석/원조론 비화 “시대착오” 지적도『안정희 구층을 잡으려면 보수깃발을 내세워라』
15대총선의 특징은 각 정당과 후보들이 「개혁」 뿐 아니라 앞다투어 「보수」를 새상품으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사상·이념문제가 부분적으로 도마위에 올랐으나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보수논쟁이 전개되고있다. 최근 신한국당과 자민련이 서로 자신들이 「보수원조」라고 내세우며 원색공방을 펼친 것은 대표적 예이다.
당시 자민련이 먼저 『철저한 역사부정위에서 출발한 지금의 오도된 개혁은 급진주의, 파괴주의』라고 포문을 열었고 이에 신한국당은 『자민련의 보수선언은 프랑스혁명 후 왕당파 잔당들의 언동을 상기시키는 반동적 발상』이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신한국당의 이회창 선대위의장은 『개혁없는 보수는 수구에 불과하다』며 「개혁적 보수론」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중도우파」노선을 천명해 눈길을 끌었던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도 최근 관훈토론에서 『국민회의는 중도온건노선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공개적으로 보수를 표방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우리 정당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성향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혁」을 부르짖는 시기에 「보수주의」가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민정부의 개혁추진 과정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때 「민주대 반민주」로 짜여졌던 이분법적 세력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문민정부의 개혁프로그램에 역기능과 부작용이 생겨나면서 개혁지향과 안정지향 의식들이 혼재되는 상황이 초래됐다고 관측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이 개혁성향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지만 이들중 상당수가 「정치안정」「경제안정」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작금의 「보수주의」논란은 이념적 무기라기 보다 『중산층등 안정희구 유권자들을 고객으로 생각해 고안한 상품』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난해 민자당을 탈당, 자민련을 창당한 김종필 총재가 현정부의 개혁 「틈새」를 비집고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한 이념논쟁의 소산이기도 하다. 어쨌든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등은 득표전략차원에서 안정지향적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구여권 보수성향 인사 「끌어안기」를 줄곧 시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새흐름이다.
또 각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안정지향 심리를 의식해, 다양한 정국안정방법론을 내놓고 있다. 신한국당은 과반수의 원내안정의석을, 국민회의는 3분의 1정도의 견제의석을 각각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극한적 대결을 벌이는 3김이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고, 자민련은 여소야대가 돼야 오히려 정국이 안정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학자들은 보수논쟁에 대해 『21세기 변화의 시대를 앞둔 마당에 이념과 노선상의 차이가 거의 없는 정당들이 보수논쟁을 벌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 『분단상황 등으로 진보주의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를 주장하는 것은 표를 의식한 전략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는 수구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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