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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국시의 차이(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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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국시의 차이(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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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국시의 차이를 아느냐고 누가 진지하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든 겁니다』

『밀가루와 밀가리는 어떻게 다른가요?』라고 한 순진한 사람이 묻자 그는 청산유수로 엮어 나갔다.

『밀가루는 봉지에 담은 거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은 거지요. 봉투는 침을 발라 붙이고, 봉다리는 춤을 발라 붙인 겁니다. 침은 혀로, 춤은 쌔로 바르는 거구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고, 사투리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이 나이들수록 어렸을때 쓰던 사투리를 더 많이 쓰게 된다는 얘기였다. 특히 정년퇴직하여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차츰 고향 사투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어려서 고향을 떠난 사람이 서울에 와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쓰는 표준어에 맞추려는 노력으로 사투리가 억제되지만, 일에서 물러나 사회적 긴장이 풀리면 처음 배운 가장 편한 말을 하게 되는것 같다. 한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제 남편은 8살때 고향인 평안도를 떠나 죽 서울에서 살았고, 그동안 사투리를 거의 안썼는데, 회갑이 가까워오면서 사투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시부모님과 얘기할때는 완전히 평안도 사람이 된 것 같아 놀랄 정도예요』

사투리뿐이 아니다. 나이들수록 음식도 어렸을때 먹던 것을 좋아하게 되고, 기억도 옛날 기억이 새로워진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어린 시절의 습관 정서 상처같은 것이 노년으로 가면서 되살아 난다는 것이다. 청장년기의 왕성한 활동과 사회적 긴장등으로 눌려있던 어린시절의 흔적이 고개를 들게 된다.

품위와 교양을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 늙어가면서 난폭해지거나 천박한 성격을 드러내어 배우자와 갈등을 빚고, 이혼에까지 이르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만일 나에게 어린 시절의 흔적이 살아난다면 그것은 어떤 내용일까 라고 각자 생각해 볼만 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행복한 경험을 통해 한평생 든든한 재산을 지닐수 있도록 마음 써 줘야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로부터 멀리 가지 못한다. 국수와 국시의 차이를 묻던 그날의 대화는 이렇게 뜻깊은 결론을 맺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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