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무한” 본토·해외 투자 줄이어/작년 상반기 제조업매출 5.6% 증가/수출 영내 최고신장… 관광도 활기/영정부선 EU산업전진기지화 야심북아일랜드 벨파스트시 쇼핑가에는 요즘 현금자동지급기(ATM)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기존 건물에 설치할 자리가 동이나 시멘트로 급조한 현금지급기 설치박스까지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아일랜드공화군(IRA)이 런던에서 테러활동을 재개했지만 이미 94년 휴전이후의 평화무드에 젖어든 시민들의 왕성한 쇼핑욕 앞에서 불안감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벨파스트, 런던데리등 북아일랜드 주요도시마다 이는 소비붐은 가히 폭발적이다. 벨파스트시내 대표적인 슈퍼마켓인 캐슬커트의 경우 지난해 고객수가 전년보다 24%이상 늘었다. 특히 94년과 95년 성탄절 바캉스때는 아일랜드 국민까지 국경을 넘어 쇼핑관광을 즐겼다.
일반시민들의 소비부문뿐만 아니라 경제전반에서 이같은 청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제조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5.6% 늘어 영국전체 평균증가율인 2.3%의 2배가 넘는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이들 기업의 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다. 실업률도 큰 폭으로 떨어져 지난해 10월 현재 11.5%로 80년이후 최저를 기록하는 고무적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수출 신장률도 영국내 최고이다. 북아일랜드 경제위원회는 지난해 이 지역 경제잠재력이 지난 25년이래 사상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경제여건이 좋아지자 영국본토와 해외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북아일랜드와의 교역및 투자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굴지의 식품유통그룹인 세인즈베리가 지난해 7월 총 1억5,000만달러를 들여 북아일랜드에 7개 체인점을 개설키로 결정한 사실이나 프랑스계 자동차부품 회사인 몽튀베가 지난해 11월 기존의 웨스트 벨파스트 공장을 향후 6년간 2억달러를 투자해 대폭 확장키로 한 것은 북아일랜드의 평화안착 및 경제발전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94년 9월 휴전선포 이후 미국 벨기에 호주 한국등에서 7개 기업이 북아일랜드에 신규 투자 또는 재투자키로 결정했다. 올해는 60건의 신규 또는 재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아일랜드를 방문하는 외국의 무역사절단도 94년의 경우 통틀어 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에서 올 3월사이에는 벌써 5건을 기록, 휴전이후의 경제활성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광산업도 살아나고 있다. 관광청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무려 56% 증가한 15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쇄도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호텔방이 동이 나는 사상 유례없는 대호황을 맛봤다. 호텔 객실판매수입만도 94년의 2억7,000만달러에서 95년에는 3억3,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으며 올해 총 관광수입은 5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텔수요도 급증, 신규 호텔건립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힐튼호텔체인이 벨파스트에 객실 187개 규모의 초특급 호텔을 짓기로 한 것을 비롯해 홀리데이 인 호텔, 초이스호텔등 세계 굴지의 호텔그룹들이 북아일랜드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경제개발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추진되고 있다. 영국정부는 북아일랜드를 유럽연합(EU)권역의 산업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수립,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산업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간 해저 천연가스 파이프 매설작업이 한창 진행되고있으며 벨파스트와 아일랜드의 더블린간 철로가 새로 깔리고 있다. 북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B)은 투자의 75%를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지역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모두가 평화에 따른 「단감」들이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선진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됐음에도 불구하고 되풀이 된 유혈 폭력분규로 「유럽내 낙후지역」에 머물러야했던 북아일랜드는 이제 싹트는 평화무드에 편승해 경제도약의 출발점에 서 있다.<벨파스트=송태권 특파원>벨파스트=송태권>
◎북아일랜드 경제재건 국제지원/EU 99년까지 총 19억불 제공/미,올 IFI에 1,900만불 공여
북아일랜드에 평화의 싹이 트면서 지역 경제·사회 재건을 위한 국제적인 자금공여 프로그램이 여러 채널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미국 아일랜드 등이 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 가운데 특히 EU가 대대적인 자금지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북아일랜드를 우선적인 지원대상지역으로 선정, 94년부터 99년까지 6년간 15억달러의 구조강화지원기금을 제공키로 했다.
EU는 지원대상을 5개 부문으로 나눠 △연구개발(R&D)등 경제개발에 25% △직업훈련등 사회개발에 25.5% △도로 항만등 산업기반시설에 26% △농림어업에 18% △하수처리등 공해방지에 5.5%를 지원할 계획이다.
EU는 이와 별도로 북아일랜드의 「평화 및 화해를 위한 보조금」으로 4억달러 지원계획을 수립, 본격적인 자금지원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투자은행(EIB)은 최근 1단계로 북아일랜드의 중소기업들에 3,600만달러 규모의 유상보조금을 지급키로 결정, 대출창구로 영국과 아일랜드내 13개 은행을 선정했다. EIB는 그동안 북아일랜드의 다양한 고용창출프로그램을 간접 지원해왔으나 이번처럼 자금을 직접 제공하기는 처음이다.
한편 85년 「북아일랜드를 위한 인터내셔널 펀드(IFI)」를 공동설립한 영국과 아일랜드정부는 이 기금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며 미국정부는 올해 1,900만달러를 이 기금에 공여할 계획이다.
이밖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정부도 어떤 형태로든 북아일랜드 지원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 북아일랜드 산업개발청 프랭크 휴위트 부청장/“휴전뒤 이미지 개선… 최근 폭탄테러 경제에 영향없어”
『지난 20여년간 IDB에서 일해왔지만 요즘처럼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엿보인 적이 없다. 북아일랜드는 지금 최고의 경제적 호기를 맞고 있다』
영 북아일랜드 산업개발청(IDB)의 프랭크 휴위트 부청장은 최근 재개된 아일랜드공화군(IRA)의 폭탄테러가 94년 9월 신·구교 무장조직간의 전면 휴전이후 조성된 경제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전면 휴전이전과 이후에 무엇이 가장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이미지 개선효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테러가 판치던 시절에도 북아일랜드의 일상적인 산업활동은 외부의 인식과는 달리 왕성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당시에는 경제도약을 위한 해외활로 개척에 어려움이 컸다. 풍부한 인력등 좋은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테러의 무법지대라는 피상적 이미지로 인해 무작정 외면받기 일쑤였다. 북아일랜드 경제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대외이미지」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휴위트 부청장은 『북아일랜드가 요즘은 외국 대기업들의 투자대상 리스트에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IDB 미시카고 사무소의 경우 휴전이후 투자상담 문의가 3배이상 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가 북아일랜드를 경제개발 최우선 지역으로 선정해 재정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 산업환경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면서 『정치평화협상이 본격화하면 북아일랜드는 서유럽에서 최고의 경제성장지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위트 부청장은 『테러가 만에 하나 벨파스트등 북아일랜드지역으로 번질 경우 북아일랜드 경제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겠지만 그럴 공산은 거의 없다』면서 북아일랜드의 경제활력이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임을 확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