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실망이 크다. 남다른 사명감을 가져야 할 공정거래위 직원이, 그것도 대표적인 요직에 있는 독점국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된 것은 그동안 공정거래위를 성원해 온 국민적 여망을 배신하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라는 특별한 당부와 함께 공정거래위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권한을 대폭 강화한 직후여서 실망감이 더 크다.공정거래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업계에서 많은 불만이 제기됐었고 뒷말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민여론이 관대했던 것은 정경유착이 된 일부 정치권인사들과 재벌들로부터 끊임없이 압력과 회유를 받는 어려운 여건속에서 정의를 지키고 질서를 바로잡는 힘든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에 대한 이같은 국민적 신뢰를 깨고 경제검찰로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뼈저린 반성의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집중은 더 가속화돼 왔으며 독과점 구조도 개선된 게 없다. 재벌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독과점규제 업무는 소홀히 하고 과대광고 규제라든지 경품규제 같은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에는 과잉개입을 한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감시 규제해야 할 독점국장이 감시대상이 되는 재벌로부터 뇌물을 상습적으로 받아온 것이 이런 현상과 무관한 것인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가 공정해지자면 무엇보다 먼저 정신자세의 재무장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공정거래위의 권능이 갑자기 강화되면서 재계는 전담요원까지 배치하는등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남다른 사명감으로 무장을 하지 않는다면 유착의 취약부서가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질문제다. 공정거래위가 하는 일은 복잡한 경제행위를 놓고서 일일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자체적인 제재와 고발등 준사법권도 갖고 있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스스로 공정해질 수 없다.
자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가지 모호한 기준들도 광범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경고와 과징금부과 검찰고발등 제재와 처벌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재량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만큼 부정의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재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공정거래위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권의 의중을 헤아려 정치적인 결정 처분을 한다는 의혹도 최근들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위는 강화된 기능에 걸맞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 태어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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