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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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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및 5·18사건 재판이 11일에 이어 매주 월요일에 열린다. 두 전직대통령을 비롯, 모두 예비역 장군인 피고인 16명이 법정에 줄지어 선 것을 보면 세기의 재판이니 역사적 재판이니 하는 말이 실감난다. 줄을 이어 법정으로 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빛을 잃은 별들의 행진이라고 할 것이다. ◆이들의 마지못한 줄짓기와는 달리 법정 밖에선 이들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방청권을 얻으려는 시민들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서울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줄을 서서 재판개정을 기다렸다. 밤을 지새우기 위해 아예 이불등을 가지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선진국에 가면 공중변소에서부터 공연장 운동경기장 등의 매표구 앞에 줄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명한 가수의 공연이나 중요한 운동경기의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경우 심하면 3∼4일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지루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음악을 듣는 등 기다리는 동안을 즐긴다. ◆줄서기는 질서의 상징이다. 문명의 한 척도이기도 하다. 줄서는 형태나 새치기 다스리기 등 줄서기 문화도 나라마다 약간 차이가 있으나 모두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한다. 이러한 줄서기 문화는 정치는 물론 사회생활 전반에 깊게 뿌리를 내려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우리도 생활이 안정되면서 줄서기 문화가 많이 정착됐다. 아직도 더러 순서를 지키지 않는 얌체족이 있기는 하지만 질서가 자리잡혀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국현대사의 오점인 12·12 및 5·18사건도 피고인들에게 줄서기 즉 질서의식이 조금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 두 사건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새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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