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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거목·병원경영 개척자”/일송 윤덕선 선생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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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 거목·병원경영 개척자”/일송 윤덕선 선생님 영전에

입력
199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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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선생님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황망히 떠나시면 그 충격과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선생님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달하시어, 요즘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후배에게 미루지 않았으며, 후배를 감싸고 끌어안아 주는 지도력과 덕성을 겸비하신 분이었습니다.의학계의 큰 스승인 백인제 박사께서 6·25때 납북된 후 김희규 선생님을 모시고 윤선생님과 전현오 신현구 두선배, 그리고 막내였던 제가 폐허가 된 백병원의 재건을 위해 한마음으로 고락을 같이 하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선생께서는 의학계의 위대한 공로자이자 병원경영의 개척자였습니다. 저는 50년대중반 선생님을 도와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두가지 의미있는 일을 해낸 것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첫째는 선생께서 미국 121병원 연수중 혈액은행의 기자재를 구해와 한국 최초로 백병원에 혈액은행을 개설하신 일입니다. 둘째는 대퇴골 골절에 대한 골수강내 고정법을 역시 국내 최초로 실시하여 조기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등 획기적인 수술법을 도입한 것입니다. 선생께서 56년 미국 유학을 다녀오신 후 가톨릭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의대 개교 및 성모병원 건설의 실질적인 주역으로, 일류 의과대학의 기틀을 마련하셨습니다. 그후 중구 필동에 성심병원을 개설하시고 중앙대 의대의 바탕을 조성하셨습니다.

이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당시 의료취약 지역이었던 영등포의 한강변에 한강성심병원을, 대림동에 강남성심병원을 차례로 건설해 후일 한림대 설립의 기반을 닦으셨습니다. 선생께서는 또 병원경영의 선각자였습니다. 병원부지 선정에서부터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요즘 경영학에서 거론되는 경영합리화의 개념을 이미 30년전에 도입했던 것입니다.

선생께서 우리나라 의료환경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중의 하나인 병원경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통사람들처럼 사적인 영리추구에 목표를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중에 선생께서 한림대학을 설립하시고 수많은 고명한 교수님들을 초빙하시는 등 공익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시는 것을 보고 비로소 병원경영에 임하는 선생의 크고 깊은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덕선 선생님! 선생님은 저희 후학들의 영원한 스승이요 귀감으로 남을 것입니다. 선생께서 생전에 쌓아 놓은 은덕이 있으니 이제 세상에 남겨진 일들은 모두 잊으시고 평안히 잠드소서.<1996년 3월14일 인제대 총장 백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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