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해협 중앙선 안 넘었다” 크게 보도/공포는 여전… 15세 소녀 불안감에 자살도13일 대만 조간신문의 한구석에는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기사 하나가 실려 있었다. 대만 남동부 대중(타이중)에서 15세 소녀가 중국군의 무력위협에 따른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살충제를 마시고 자살했다는 기사였다. 소녀가 남긴 유서에는 『역사나 지리공부가 무슨 소용있나. 중국 공산당이 우리 문앞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는데…』라고 씌어 있었다.
소녀의 죽음은 대만인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무력위협에 따른 대만인들의 체감공포가 우려했던대로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간신문에는 또 중국의 군사훈련에 놀란 외국인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대만을 빠져 나가고 있다는 소식도 실려 있었다.
대북(타이베이) 시내의 긴장감은 이처럼 아침뉴스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대만 TV는 아침뉴스시간의 90% 가까이를 중국군의 군사훈련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대만TV는 이날 대만군이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 전선박에 동원령을 내리고 외곽도서 주둔군에 준전쟁상태 돌입을 명령하는 등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했다는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언론들은 총통선거보다 중국의 군사위협과 대만정부의 대응을 훨씬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주요 조간은 중국의 실탄훈련이 실시됐다고 전하면서 한결같이 대만해협의 중앙선을 넘지 않았다는 표제를 달았다.
대만정부는 중국군의 대만 본도 침공보다는 일부 외곽 도서에 대한 기습공격가능성에 대비, 대응태세를 갖추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11일부터 장병휴가를 제한하고 비상태세에 들어 간 대만군은 이날도 조기경보기를 동원, 중국군의 움직임등 정보수집에 열중하는 한편 전투기 부대의 3분내 이륙태세를 유지하면서 돌발사태 발발에 대비하고 있다.
전복(첸푸) 대만 외교부장은 12일 대만의 유엔가입 노력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 전기침(첸지천) 중국 외교부장의 발언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양보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를 양보하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위협을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대만당국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군의 실탄훈련 강행 소식을 접한 대만인들은 그래도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중국군이 훈련구역내에서 벗어나지 않았기때문이다. 대만인들은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만인들의 확산되는 불안심리는 쌀값의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일 쌀값은 ㎏당 백미소매가가 37.1 대만원(위안·1천1백50원상당)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만증시는 11일의 폭락사태에 이어 12일에도 19.3포인트가 떨어져 하락세가 계속됐다. 대만당국의 증시안정조치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대북=유동희 특파원>대북=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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