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매물 “홍수”/최근 400여건 쏟아져 지난해 동기비 4배나 폭증/올들어선 컴퓨터·전기·전자 등 유망업종까지 포함중소기업인들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인수·합병(M&A)전문기업 증권회사 종합금융회사등에 나와 있는 중소기업매물은 400여건으로 지난해 3월의 100여건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완구 제화 피혁 건자재 섬유 유통 건설등 사양산업이나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경공업이 매물의 주종을 이뤘으나 올들어서는 컴퓨터 전기 전자 화학 정보통신등 유망업종 매물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모사장(48)은 81년 K전자를 창업, 컴퓨터부품을 직접 제작해 대기업에 납품하고 자사브랜드의 완제품도 만들어 판매하면서 연매출 300억원의 실속있는 기업으로 키웠으나 올들어 H컴퓨터(주)에 회사를 넘겼다. 외국산 컴퓨터부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수억원씩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왔으나 경기침체로 판매대금이 회수되지 않고 은행대출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영이 더 나빠지기 전에 매각을 하게 된 것이라는 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대기업들이 모세혈관처럼 잘 짜여진 조직망에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유통시장을 장악해 들어오는 상황도 김사장의 결단을 재촉했다.
88년 하수종말처리장등에 사용하는 전자동 물(수)처리시스템을 국산화, 연매출 60억원의 회사로 키워온 T기업 최모사장(40)도 최근 S기계에 회사를 매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처 부도로 두 차례 부도위기를 간신히 넘긴 이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데다 올들어서도 자금회전 불안으로 몇차례 위기를 겪게되자 견디다 못해 매각을 결심했다.
현재 M&A시장에는 총자산 150억원에 연간 3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합성수지업체가 50억원에, 소형변압기제품을 연간 170억원어치씩 생산하는 전기업체가 55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물론 최근 기업을 매각하려는 중소기업인들 가운데는 새로운 유망업종으로 전환하거나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처할 엄두를 내지 못해 스스로 기업을 포기하는 경우등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원인은 정부의 잇따른 중소기업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일선 은행이나 제2금융권 창구에서는 여전히 담보제공 관행이 지속되는 등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 M&A 김태형이사는 『기업매각을 의뢰하는 중소기업인들은 대부분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다 기업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정부와 금융권이 기술력있는 기업에는 담보없이도 자금을 빌려주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혜택받는 기업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라고 말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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