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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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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과 장개석(장제스) 총통은 많은 공통점이 있었으나 대표적인 것은 철저한 반공노선이었다. ◆생리적으로 공산주의를 미워했던 장총통은 「공산주의는 심장병」이라고 여기고 모택동(마오쩌둥)일당을 나라를 파멸시키려는 괴물들로 규정했다. 하지만 장총통은 몇차례의 북벌에도 불구하고 심장병과 괴물퇴치에 실패한 것은 물론 실정과 부정부패로 인해 괴물들에 의해 대만으로 쫓겨났다. ◆대만에서 장총통은 본토수복을 위해 두 가지 표어를 내세웠다. 하나는 무망재거로 「거에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전국시대에 연나라에 침략당한 제나라의 왕이 땅으로 도망가 죽자 아들과 신하들이 절치부심끝에 수년 뒤 나라를 되찾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또 하나는 처변불경으로 「어떤 급변상황에도 놀라지 말자」는 것이다. ◆모택동은 이런 장총통을 제압하기 위해 1950∼1960년대 기간 코앞에 있는 금문도(진먼다오) 마조도(마쭈다오)에 대해 이따금 도발을 감행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58년 가을 금문도에 대한 대대적인 침공작전이었다. 이를 격퇴한 것은 주로 미7함대의 지원 때문이었으나 대만국민들이 「무망재거」와 「처변불경」의 정신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36년만에 중국은 대만의 독립의 주장을 누르려고 미사일 발사 등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펴고 있고 대만은 미국과 세계여론의 지원속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요즘 일부 대만인들은 생필품사재기, 달러인출, 서방국비자신청 등으로 술렁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많은 해외 화교들은 『전쟁이 나면 즉각 귀국해서 싸우겠다』고 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장총통이 뿌린 무망재거와 처변불경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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