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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표의 중요성(사설)

입력
199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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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 여성들에 대한 접근과 공약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들이 남편을 비롯한 주변 남성의 정치적 입장을 무조건 따르는 수동적 투표 행태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되는가 하면, 여성의 사회·경제적 권익 신장이 다양한 계기를 통해 핵심적 정치이슈로 대두되기도 한다.따라서 각 정당은 공직에 대한 여성 고용할당제에서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부인의 상속세 면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들을 유권자에게 약속하고 있다. 굳이 총선 공약이 아니더라도 최근들어 중앙정부 및 지자체 수준에서 주부 및 직장인으로서의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켜 주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성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 우리 사회의 본모습이다. 반드시 남들의 지적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으나 최근 발표된 미국정부의 인권보고서에 한국 여성의 열악한 정치·사회적 지위는 인권 차원의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 현실에서도 우울한 느낌을 갖게 하는 일들이 이어진다. 각 정당의 지역구 후보 공천 결과를 보면, 그것이 정치분야의 여성 인적자원의 부족 때문이든 아니면 정당 핵심부의 인식이나 태도 때문이든 이번 국회도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실망스러운 수준의 여성 참여하에 구성될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여성지위 향상에 관한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언을 무색케할 만큼 청중의 관심을 끌기위해 젊은 여성들을 「도우미」라는 명목으로 정치행사장에 동원하는 등 구태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산적한 여성 관련 과제들은 때를 놓치면 그 해결이 영영 어려워지는 것들이 많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보건·환경·교육·문화·주택·안전 정책들도 가정 및 사회의 일반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 및 각계 여성지도층의 주도적인 역할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서구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국회가 펼쳐 나아가야 할 의정활동과 국가발전의 방향이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 지위 및 역할의 획기적 변화에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성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도와 해결능력의 획기적인 제고가 요청되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은 여성문제의 이같은 정치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이고 현명한 투표권 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의 참여와 권익이 무시된 상태에서 정치발전이란 무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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