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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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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원봉사자들(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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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자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특히 인상깊은 사람들이 있는데, 자원봉사자 몇사람이 잊혀지지 않는다. 자원봉사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기보다 상대방의 요구에 자신을 맞춰야 하므로 이웃에 대한 사랑뿐 아니라 겸손함 인내심 공동체의식 같은것이 필요한데, 그들을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런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서울 여의도에 있는 가정법률상담소는 색다른 자원봉사자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최초의 여성변호사인 창설자 이태영씨는 그 자신이 법률무료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자원봉사자였고,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끌어내는데도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능력있는 사람은 능력으로, 성의가 있는 사람은 성의로 지난 40년동안 그를 도왔다.

그 상담소의 자원봉사자들은 무료변론과 야간상담을 맡아주는 변호사 619명, 무료결혼식에 주례를 해주는 목사님 205명, 무료결혼식에서 신부화장 축하노래 피아노반주등을 맡아주는 6명, 현관에서 상담자들을 안내해 주는 76명, 사무실 전화를 받아주는 13명, 신문스크랩을 해주는 28명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안내를 맡은 사람들은 중노년의 여성들인데, 가정불화로 눈물짓는 상담자들을 맞아 연장자로서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주기도 한다.

미국의 노인시설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몇몇 자원봉사자들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쪽 다리를 쓰지못해 클러치에 의존한 몸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 하루종일 나를 안내해주는 봉사를 맡았던 70대의 남자, 자기도 언젠가 양로원 신세를 질것이므로 양로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준비하고 있다는 은퇴한 여자교수, 점심시간에 마을 노인들에게 따듯한 점심식사를 배달해주는 중년의 직장여성, 점심식사를 만드는 마을의 주부들은 모두가 자원봉사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잠재해있던 사랑을 이웃에게 쏟는 기회를 얻고 있다. 서울시는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될 가정도우미 527명을 선발했는데, 그중에는 63세의 김용근씨등 남자 9명이 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녹음봉사,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돕는 호스피스, 청각장애인을 돕는 수화등의 봉사를 하기 위해 전문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따뜻한 희망을 느낀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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