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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버리면 역사가 버린다”/전·노씨 “수의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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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버리면 역사가 버린다”/전·노씨 “수의만남”

입력
1996.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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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밤」 그후 17년… 함께 법정서던날/노씨가 전씨 손잡으며 귀엣말/주위 측근들과 웃으며 악수도친구이자 권력을 주고 받은 두사람의 만남은 어색했다.

성공했던 쿠데타의 주역, 두 전직대통령이 공범으로 피고인석에 나란히 선 11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상오 10시3분께 김영일 부장판사의 호명에 따라 전두환씨와 노태우씨는 차례로 입정했다. 순간 방청석을 꽉 메운 2백여명의 방청객은 두사람의 상면에 숨을 죽였다.

이미 비자금 사건 공판으로 법정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듯 두사람은 곧바로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찾아갔다. 전씨는 그동안의 단식후유증에서 벗어난 듯 건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전씨가 먼저 입정한 후 노씨가 어깨가 닿을락말락 할 정도로 전씨의 곁에 가까이 다가섰다.

노씨가 왼쪽 손을 내밀어 전씨의 오른 손을 가볍게 잡았다. 지난해 10월7일 육사 11기 임관 40주년 기념식 때 육사교정에서 만난지 1백55일, 노씨가 지난해 11월16일 구속된지 1백15일만의 「수의상봉」이었다. 노씨가 귀엣말로 몇마디를 물었다. 건강을 묻는 안부인사 같았다. 그러나 전씨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듯 별 반응이 없다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후 상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두사람은 거의 말을 건네지 않았고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모두진술이 진행된 상오 공판에서 두사람은 각각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목을 뒤로 젖히고 발을 까닥거리는 등 여유가 있어 보였고 노씨는 조용히 앉아 천장이나 바닥을 응시했다. 상오공판이 끝나자 두사람은 옆자리와 뒷자리에 앉아 있던 측근들과 웃는 낯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나 둘은 악수를 교환하지 않았다.

하오공판은 노씨에 대한 검찰의 직접신문이 진행됐다. 두사람은 상오와 달리 간간이 귀엣말을 나누다 김상희부장검사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말은 주로 노씨가 건네고 전씨는 간단히 답변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쪽이었다.

하오 6시15분 공판이 끝나자 전씨가 미소 띤 얼굴로 노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날 처음으로 둘은 악수를 나누었다. 이어 옆과 뒤에 앉은 과거의 측근들과도 악수를 주고 받았다. 같은 운명에 처한 서로를 격려하는 것 같았으나 어색한 표정이 오고 갔다.

두사람은 이날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 아마도 가장 긴 시간 어깨를 맞대었을 것이다. 경복궁 30단 「생일잔치」에서 어깨를 맞대고 거사를 모의한지 17년만이다.<송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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