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조상의 흔적찾기 “활기”/구-신석기집터·백제 야철지·조선 절터등 대상 다양/지역개발로 구제발굴 늘어 올 발굴허가 300건될듯언 땅이 풀리면서 땅속 문화재를 찾는 작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국의 국·공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 연구소등의 발굴조사팀은 겨우내 먼지가 쌓인 장비를 털어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올해들어 2월말까지 발굴허가가 난 지역은 경남 울산시 울주구 상남면 방기리의 청동기유적등 27곳. 여기에 지난해 이월된 것까지 합하면 현재 발굴이 진행되고 있거나 예정된 곳은 전국적으로 43곳에 이른다. 발굴대상 유적은 구·신석기의 취락지에서 백제 야철지, 통일신라 고분, 고려의 집터, 조선의 사지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다.
구석기의 대표적 유적지로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의 수양개지역이 꼽힌다. 충북대박물관이 15일부터 한달간 발굴하게 될 이 곳은 원래 충주댐 수몰지역이었으나 최근 강물이 빠지면서 선사시대 유물들이 지표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을 받게 된 곳. 충북대박물관 관계자는 『어떤 곳에는 물에 쓸린 지표면에 석기, 토기, 철기등이 원형 그대로 드러나 있어 조사팀을 놀라게 했다』며 『남한강 상류지역인 이곳에는 구석기에서 초기 철기까지 대규모 집단취락지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산대박물관등 9개 기관이 2월 26일부터 4개월 예정으로 합동발굴중인 대전―진주 고속도로건설공사 구간내 취락지대를 비롯, 신석기의 유적들도 여러곳이다. 경남 산청군 당승면 소남리 남강댐 수몰예정지역(발굴자 부산여대박물관), 제주 북제주군 애월―신창 국도 확·포장공사구간(제주대박물관),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노래섬(원광대박물관) 등은 신석기시대 무덤형식과 주거양식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의대박물관이 20일부터 한달간 발굴하게 될 경남 김해시 내동의 지석묘군과 경남대박물관이 2월초부터 발굴중인 울산의 구영리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는 대표적인 청동기유적지다. 창원대박물관이 맡고 있는 울산 방기리유적, 한림대박물관이 발굴중인 춘천 신매대교가설공사 지역에도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고분들이 밀집돼 있다.
일본의 고대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백제의 유적지에서도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2월말부터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공설운동장 예정부지에서 백제고분군을 집중 발굴하고 있고 부여박물관은 10일부터 한달예정으로 백제성터인 충남서천군 장암진성을 조사중이다. 또 백제초기의 대규모 철생산지로 추정되는 충북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유적(국립청주박물관)을 포함, 백제대로 건설공사구간(국립공주박물관·공주대박물관), 천안 위례산성(서울대박물관), 평택 현화택지개발 예정지(충북대 선사문화연구소)에 대한 발굴은 백제문화의 실체규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보존논쟁이 뜨거운 경주경마장 건설예정부지등의 신라유적과 경북 의성군 금성면 학미리의 고분군같은 삼국시대의 유적들도 상당수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은 올해엔 매장문화재 발굴허가건수가 지난해 145건보다 최소한 100건 이상 늘어난 250∼300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마다 개발붐이 일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개발공사가 많아지다 보니 학술발굴보다는 구제발굴(개발공사도중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돼 공사주체의 신고를 받고 벌이는 발굴)이 급증하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에 따르면 건설공사로 인한 구제발굴은 93년 47건, 94년 63건, 95년 97건으로 증가해왔고 올해에는 2월말까지 허가건수 27건중 1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공사중 유적이나 유물이 나와도 신고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문화재 훼손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지자체의 감시·감독 등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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