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교수 위작주장… 진위논란 가열/율곡 시에 단원등 대가10인의 그림/붓버릇·주서서명 등 “모작” 분명/당국선 “학술적가치·작품성 충분”국보 237호 고산구곡시화병은 진품인가 모작인가. 1803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의 진위논란이 가열돼 학계의 정밀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가짜라고 주장하는 대구 돈보스꼬예술대 김태정교수(58)는 11일 『문화재관리국에 국보지정 해제건의서를 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관리국은 『문화재위원회가 학술적 가치와 작품성을 인정, 국보로 지정한 작품』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소장자인 모화랑 대표 S씨도 『이 작품은 87년 국보지정을 신청하기 앞서 공개전시, 호평을 받았다』며 『이제와서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87년 7월16일 국보로 지정된 12폭짜리 대형 병풍 고산구곡시화병은 율곡 이이(율곡 이이)가 황해 해주군 고산면 석담의 경치를 읊은 「고산구곡가」를 주제로 단원 김홍도 등 조선후기의 걸출한 화가 10명이 그린 작품을 모은 것이다. 맨 앞의 총도는 김이혁, 일곡은 김홍도, 이곡은 긍재 김득신, 삼곡은 고송류수관 이인문, 사곡은 윤제홍, 오곡은 오순, 륙곡은 이재로, 칠곡은 문경집, 팔곡은 김리승, 구곡은 이의성이 그린 것으로 돼 있다. 각 그림의 상단에는 노론의 거두였던 세도가 김조순등이 한글과 한자를 섞어 고산구곡가를 썼고, 예서의 대가 유한지가 제목을, 이조판서를 지낸 문신 송환기가 발문을 썼다. 우암 송시렬이 고산구곡가를 한역한 시도 적혀 있다. 87년 당시 문화재관리국의 지정보고서는 『이 작품은 일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총동원돼 합작한 것이므로 일대의 대표적 회화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송시렬―권상하―송환기로 이어지는 조선조 기호학파의 연원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교수는 ▲10폭의 그림에 한 사람의 붓버릇이 나타나며 ▲「준(산주름)」의 처리등에서 붓의 호흡이 너무 가볍고 ▲반드시 선을 연결해야 하는 부분에 끊김이 많으며 ▲소소밀밀의 기초적 원칙 없이 대충대충 그린 점등을 들어 모작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복이 아닌 중국옷을 입은 사람(일곡), 두 손으로 지팡이질을 하는등 지팡이나 낚싯대를 어색하게 잡은 모습(이, 사, 륙, 팔곡), 사람키만 해야 할 가야금을 팔길이 정도로 짧게 그린 것(팔곡), 주서로 그림 하단에 서명을 한 것(일, 삼곡)등은 전문화가라면 범할 수 없는 실수라고 말했다. 긍재의 그림에는 제작당시 49세인 긍재가 젊은 시절에만 쓰던 「홍월헌」이라는 호가 낙관돼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어 1745년(영조 21년)생 동갑인 단원과 고송류수관은 당시 58세로, 완숙한 경지에 오른 무렵인데도 일곡 관암도(김홍도작)와 삼곡 취병도(이인문작)는 전체구도와 공간처리, 준법, 수지법, 선묘법등에서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졸작이라고 평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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