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묘사 깔끔… 주제설명 미흡 아쉬워수목드라마 「이혼하지 않는 이유」(MBC 하오9시50분)의 결론은 간단하다. 유명희(김창숙 분)가 이혼하지 않는 것은 자식들 때문이다.
남편의 도덕적 이탈과 그에 따른 갈등, 그리고 가족붕괴를 막기 위한 아내의 선택은 우리사회에서 빚어지는 부부갈등의 원인과 결과를 가장 통속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 사이에서 언제나 여성 자신의 문제는 실종되곤 한다.
굳이 페미니즘의 시각이 아니라도 한 여성으로서 유명희의 색깔과 서야 할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떳떳해야 할 그는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가족보호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용기없음을 합리화한다.
이 드라마 역시 「세대차」란 말로 상투성을 합리화한다. 아직까지 전통적 가부장제를 따라가는 40대는 여전히 아내보다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얽매일 수밖에 없지만, 20대나 30대는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홍서환(이재룡 분)과 민혜기(배종옥 분), 서희제(이미연 분)의 연결구조는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속에서도 이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좀 더 자기중심적인 세태를 반영할 뿐, 이혼은 이유가 어떠하든 모두 여성에게 큰 상처로만 묘사된다.
인물연결의 폐쇄성이 그 이상의 것을 들여다 볼수 없게 만든다. 김영세는 아내회사의 직원인 민혜기와 불륜에 빠지고, 그 민혜기와 김영세의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홍서환이 결혼했다가 이혼한 후 다시 결합하고, 도덕적문제로 이혼한 부모 때문에 상처받은 여자 서희제가 그 홍서환을 가로채려 한다.
때문에 통념을 벗어난 이들의 관계가 거부감을 주고, 드라마 역시 그 거부감을 없애려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새로움이 있다면 절제되고 깔끔한 감정 묘사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 드라마가 이혼증가의 세태를 꼬집으며, 역설적으로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변화된 부부관, 가족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아쉽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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