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현장” 촬영시간 90초로/시민 계란던져 노씨호송차량 유리창 얼룩/방청권암표값 50만원이상 호가 “관심반영”/전·노씨 귀엣말에 검찰서 “대화 말라” 제지/법원주변 경찰 7백여명 경비속 산발시위11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첫 공판은 검찰측과 변호인단이 한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 시종 긴장감이 흘렀다. 검찰측은 『이번 공판은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기소유예된 사안을 재수사하는 것은 정치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영일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맨 먼저 입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옆자리에 들어서 전씨의 손을 잠깐동안 잡았다. 재국씨등 전씨의 세아들과 노씨의 아들 재헌씨는 방청석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재판을 지켜봤고, 서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재판부의 인정신문에 이어 검찰의 공소요지 낭독이 끝나자마자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의견개진을 요청했다. 10시25분께 시작된 전상석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3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검찰이 잇따라 제지에 나서는등 신경전이 펼쳐졌다. 모두진술을 시작한지 30여분이 지난 10시54분께 김상희 부장검사가 『모두진술에 이의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으나 김재판장은 『일단 모두진술이 끝난 다음에 해달라』며 이를 거절했다. 김부장검사는 11시40분께 다시 『변호인의 모두진술은 사실심리가 시작되기 전에 재판부가 예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절차진행상 유인물로 대체하고 검찰 직접신문이 끝난 뒤 석명권을 행사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에도 『변호인의 모두진술은 공소장에 나오는 불분명한 부분을 밝혀달라는 것인 만큼 심리의 범위와 내용에 관계가 있다』고 언급한 뒤 『변호인측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검찰에도 의견 진술시간을 주겠다』며 검찰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오 공판이 시작되기전 법정에 미리 들어선 몇몇 피고인들은 방청석의 친인척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는 등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장세동씨는 전씨가 맨 나중에 입정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했다.
○…검찰은 당초 전씨에 대한 직접신문을 먼저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노씨와 유학성씨에 대한 신문을 먼저 했다. 이를 놓고 법원 주변에서는 먼저 노씨등을 신문해 사실확정을 해놓은 뒤 전씨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오 3시6분께 반대진술에 나선 김부장검사는 『변호인들이 모두진술을 이용해 공소장이 잘못된 것으로 호도한 것은 변호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은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김부장검사는 노씨에 대한 직접신문 도중 전씨와 노씨가 귀엣말을 주고받자 『대화를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법정 사진촬영을 지난 비자금 공판때의 40초에서 1분30초로 늘렸다. 법원관계자는 『40초는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았고, 오늘 공판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가 커 촬영시간을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지법 주변은 갑자기 몰아닥친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5·18 관련 단체회원들, 방청권을 얻으려는 일반 시민, 3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시위에 대비한 경찰병력으로 붐볐다.
경찰은 이날 새벽 「5·18 민주항쟁동지회」등 광주지역 5·18 관련단체 소속 회원 70여명이 법원주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하자 법원정문을 중심으로 6개중대 7백20명의 병력을 집중배치, 삼엄한 경비태세를 유지했다. 경찰은 또 법원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에서 민원인등 출입자들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일일이 확인하는등 돌발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방청권 「암표값」은 전·노 두 전직대통령이 한 자리에 서는 등 공판이 갖는 무게때문인지 장당 50만원이상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언론의 관심도 높아 AP, AFP, 로이터등 통신사와 CNN, NHK등 외국방송사, 뉴욕타임스 요미우리 아사히등 외국신문사 취재진들은 상오 6시부터 현장에 나와 취재했다.
○…이날 법정에 선 전, 노 두 전직대통령등 피고인들은 상오 8시38분께부터 서울구치소와 영등포구치소, 안양교도소등에서 서초동 법원까지 차례로 호송됐다.
정호용씨등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인 3명의 피고인은 이날 상오 8시38분께 법원 구치감에 도착해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으며 이어 상오 9시께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박준병 장세동 허삼수 허화평 황영시 유학성피고인등 6명이 법원구치감에 도착했다.
이들 6명중 장피고인은 구치감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방송카메라 및 사진기자들의 요구에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를 보였으나 나머지 피고인들은 굳은 모습으로 곧장 구치감으로 향했다.
○…노씨는 상오 9시22분께 경기 5더 1062호 호송차량을 타고 법원 구치감에 도착했다. 순찰차 2대를 앞세우고 법원에 도착한 노씨의 호송차량은 일반시민들이 던진 달걀등으로 인해 옆 창문과 앞 유리창등이 얼룩져 있었다. 다소 초췌한 모습의 노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변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전씨를 태운 경기 6도1007호 호송차량은 6분여 뒤 법원구치감에 들어섰다. 전씨는 비자금사건의 공판때와는 달리 꽤 긴장된 표정이었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거렸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전, 노씨의 연희동 집은 가족들이 서초동 법원으로 떠나 적막한 분위기였다. 노씨의 장남 재헌씨는 상오 7시께 일찌감치 법원으로 출발, 부인 김옥숙씨와 며느리 신정화씨만이 자택에 남아 TV를 통해 공판장면을 지켜봤다.
노씨 집에서 7백여m 떨어진 전씨 집에는 상오 8시20분께 장남 재국씨등 세아들과 민정기비서관이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법원으로 출발, 이순자씨와 며느리들만이 집을 지켰다. 한 비서관은 둘째아들 재용씨의 일본 게이오(경응)대학 박사과정 합격소식으로 모처럼 집안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전했다. 이 비서관은 『전 전대통령이 안양교도소에서 이 소식을 듣고 「지난 3개월여동안 가족이 겪은 고통 속에서 이런 기쁜 일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고 말했다.<박희정·조철환·윤태형·김경화 기자>박희정·조철환·윤태형·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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