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대만부추기며 포위” 의심/등사후 대비 내부단결 목적도/미도 강경선회 “한도넘을땐 좌시안해”중국이 대규모 훈련을 속속 발표하면서 연속적으로 강수를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중국은 무엇보다 먼저 이등휘(리덩후이) 대만(타이완)총통을 겨냥하고 있다. 23일 실시될 대만선거에서 이총통에 타격을 가하자는 것이다. 인민일보와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9일자 공동사설에서 『이등휘는 대륙에 대한 대항만을 생각하고 있고 그가 추진하는 대만독립은 대만의 최대 위험이자 양안관계 긴장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만의 분위기를 볼 때 중국의 노림수는 일단 「희망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 사실을 잘 알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만을 계속 압박해 독립에 대한 의지를 이번 기회에 꺾어 없애려 하고 있다. 물론 당장 대만이 독립의지를 버리고 중국에 투항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대만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이것이 최고지도자 등소평(덩샤오핑)의 사후에 일어날지도 모를 혼란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중국지도부들이「단결」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중국의 군사훈련의 또다른 타깃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인민일보는 이와 관련, 『모국이 이등휘 뒤에서 대만독립을 부추기고 「하나의 중국」원칙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이총통의 미국 방문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해왔다. 즉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면서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만해협봉쇄」카드를 내민 것으로 분석된다. 미뉴욕타임스가 중국의 군사훈련이 대만해협에서 미군함의 통항권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같은 중국의 견제에 당초에는 경고정도의 의사표시를 했으나 중국이 한계를 넘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이 필리핀 인근해역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중국의 의도에 맞대응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경우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쉽사리 충돌국면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과거 소련봉쇄와 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지만 중국을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월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연장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냉전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이번「싸움」은 21세기를 맞아 아시아에서 과연 어떤 국가가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때문에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단기간내에 쉽사리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대만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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