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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매 앞둔 「팔순진찬도」(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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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매 앞둔 「팔순진찬도」(천자춘추)

입력
199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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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7일 미국에서 경매에 부쳐질 신정왕후 팔순진찬도(신정왕후·1887)는 8억여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많은 이들이 그 높은 값에 관심을 두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를 바란다. 「어찌하다가 조선시대의 궁중유물이 이국의 경매장에 나오게 되었나」 「기왕 공개된 김에 우리나라에 눌러 앉힐 수는 없을까」모든 해외문화재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병인양요때 프랑스로 빠져나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많은 의궤류,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궁중연회 채색화를 비롯한 희귀한 기록들, 그밖에 미국과 유럽, 일본에 소장돼 있는 숱한 궁중연회도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답답했다. 이것이야말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조선시대의 가장 격조높은 공연장이요 그 단편들이 우리의 공연예술사이건만, 이렇게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이상 직접 자료를 마주 대하며 연구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할 것같은 염려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귀한 궁중연회도가 해외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니….

이 그림의 주인공인 신정왕후는 우리에게 「조대비」로 더 잘 알려진 헌종의 모후이며 고종 재위 초에는 왕의 옥좌 뒤에 앉아 수렴청정하면서 격변기 왕실의 영고성쇠를 두루 경험한 여인이다. 그런 권위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조대비가 40세 되는 해로부터 약 10년 단위로 격식을 갖춘 생일축하연이 벌어졌는데, 그 연회는 모두 그림으로 기록되었지만 국내에 남은 것은 40세 생일연 뿐이고 이번 경매를 계기로 80세 생일축하 진찬도가 우리에게 공개된 것이다.

이번 경매예정품 서울전시장에서 마주친 신정왕후의 진찬도는 세밀하고 선명하게 채색된 10폭 그림을 통해 세월의 두께를 말끔히 걷어내고 그 날의 기품어린 잔치분위기를 생생히 전해주었다. 두 마리의 학이 우아한 자태로 마주선 학춤등 20여종의 궁중정재와 악기의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연주모습은 장중하고 화려한 궁중음악과 춤사위와 음빛깔을 그대로 담아낸 듯 하였다. 부디 이 그림에 담긴 우리 공연사의 한 장면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송혜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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