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창작 눈부신 결정 300편 모아/맛깔스런 옛말·잊혀진 우리정서 듬뿍구전민요와 설화 발굴에 평생을 바쳐온 원로민속학자 임석재옹(93)이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관습과 풍습을 되살려 주기 위해 50여년동안 써온 민속동요 300여편을 모아 창작집 「임석재 민속동요」(전 4권·고려원미디어)를 냈다. 「날이 샜다」 「씨를 뿌리자」 「봄아 어서 오너라」 「동요를 부르자」등으로 55년과 80년에 각각 세 권으로 냈던 책에 최근 창작한 30여편의 민속동요를 덧붙인 것이다.
동요집은 점차 사라져가는 19세기말 20세기초의 한국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동심에 담아 교과서처럼 깔끔하게 정리해 어른들에겐 아련한 향수를, 어린이들에겐 우리 옛 풍습을 노래로 보여준다.
「정월 보름 대보름날/부럼 까는 날이란다/호두 잣 밤 까먹느라/작은 누나 까다닥/큰 언니도 까다닥/집안 식구 모두모두/부럼 까느라고 까다닥」(3권 「정월 대보름날」중)
요즘 어린이들이 거의 볼 수 없는 정월 대보름날 온가족이 모여 앉아 부럼을 깨물며 달맞이를 가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이 동요집은 이외에도 설날, 단오, 칠석, 추석, 동짓날, 섣달그믐등 절기에 따른 세시풍속은 물론 모내기, 보리타작, 맷돌질등 농어촌사회의 생활풍속과 방아깨비, 다람쥐, 까치등 소재가 풍성하다.
특히 칠성방, 짚오라기, 둥구리, 낭낭까치, 모지랑 빗자루, 천덕구니, 깜부기, 초립, 꼴두박, 벼모갱이, 뒤웅박등 우리의 예스러운 말들이 민속동요를 한층 맛깔스럽게 해준다.
임옹의 제자인 고 장욱진 화백과 화가 방혜자씨가 그린 선이 굵고 간결한 삽화들은 동요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정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소재로 했거나 배경설명이 필요한 동요에는 한양대 국어교육과 최래옥교수의 해설을 달았다.
임옹의 동요쓰기는 한국전쟁당시 부산피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읽을거리가 없었던 아들 딸을 위해 직접 쓰기로 결심한 임옹은 공책에 밤새 글을 써서 아침이면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공책동요집의 인기는 대단해 후에 제자가 나서 책으로 낸 것이 동요집 「날이 샜다」이다.
아흔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창작동요를 쓰고 있는 임옹은 『최근엔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시심이 잘 안 떠오른다』며 『민속동요를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옹은 60여년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채록한 민간설화를 묶어 93년에 「한국구전설화전집」(전 12권)을 낸 바 있다. 요즘은 그동안 채록한 무가 및 민요 350여곡의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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