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리엔 감정 농축돼 있죠”/현대음악에 동양 서정성 담아낸 “소리의 사제”/17일 예술의 전당서 제자들이 마련한 연주회『오직 음악에 바친 삶이었다』
회갑과 데뷔 40주년을 맞아 17일 하오 4시·7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제자들이 마련한 회고무대를 갖는 백병동씨(서울대음대 교수)는 지난 세월을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강석희씨와 함께 한국작곡가 2세대의 기둥이다. 현대음악의 주요 기법을 60년대 국내에 소개했고 이를 독자적 어법으로 승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현대음악에 내면의 깊이를 더하고 서정의 샘물을 길어낸 그를 음악인들은 「소리의 사제」라고 부르고 있다.
―백교수의 음악세계는 흔히 「동양정신에 바탕을 둔 서정성」으로 요약되고 있다. 무슨 뜻인가.
『동·서양은 소리의 개념부터 다르다. 외형미를 추구하는 서양에 있어 음은 물리적 소리일 뿐이지만 우리의 음은 감정이 농축돼 있고 여음에서 우러나는 미묘한 울림이 있다. 동양적 소리의 실체를 찾으려 애썼다』
―「한국적」인 것의 요체는 무엇인가.
『전통음악의 음계나 장단, 악기를 쓴다 하여 한국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형태를 빌릴 뿐이다. 문제는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이다. 한국풍토에서 자라난 한국인의 마음을 걸러낸 것이라야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작을 꼽는다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양식상의 변화 계기가 된 「제2 현악사중주」(1977)와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합창곡 「대사 더듬기」(1975), 죽음의 문제를 다룬 「3개의 오보에와 관현악을 위한 진혼」(1974)이 기억난다. 그렇다고 이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제2 현악사중주」 전까지는 욕심이 앞섰달까 작품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 작품 이후 과도함과 군소리가 빠지고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고들 한다. 「대사 더듬기」는 유신을 비판한 가사때문에 금지됐었다』(평자들은 「운」시리즈를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그동안 작품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소리의 실체와 서정성의 추구는 변함없으나 기법적으로는 쉬워졌다』
―젊은 작곡가들에게 할 말은.
『기법의 노예가 되지 말고 자신의 세계를 찾아 자신의 음악을 이뤄야 한다』
―현대음악은 어렵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이 시대를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대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음악 수용에도 노력이 필요한 때다』
17일 행사는 연주회와 작품집 CD·논문집·산문집 출판기념회를 겸해 펼쳐진다. (02)554―4583<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