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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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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빈익빈 부익부」심화속 졸부 풍자하는 유머 선풍/최근엔 「메르세데스 벤츠 시리즈」 대유행러시아의 한 부자가 아프토바즈(자동차판매점)에서 메르세데스 벤츠600을 고르고 있었다. 주인이 부자를 보고 깜짝 놀라며 『어제도 한 대를 사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자는 『아 글쎄, 하룻만에 재떨이가 가득 차버리니 별수 없잖아요. 한대 더 사야지』라고 답변했다.

러시아에서 최근 유행하는 아넥도트(유머)메르세데스 벤츠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시장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떼돈을 번 노브이 루스키(신러시아인)의 사치스런 생활을 최고급 승용차를 통해 풍자하고 있다.

언로가 막혀있던 구소련시절 아넥도트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장르로 보통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브레즈네프와 고르바초프 전공산당서기장이 아넥도트에 단골로 등장해 웃음거리가 되거나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내용이 신랄할수록 사마즈다트(지하신문)를 통해 더욱 널리 퍼졌었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독재가 무너지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지향적인 아넥도트는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를 보통사람들에게 질시와 선망의 대상으로 등장한 노브이 루스키가 차지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브이 루스키에 관한 아넥도트는 상당히 많다. 한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청혼하면서 조건을 물었다. 『적어도 벤츠를 타고 다니며 3층짜리 별장은 있어야 해요』 낙심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아버지는 『걱정마라. 타고 다니는 롤스로이스를 메르세데스와 맞바꾸면 되잖아. 그런데 지금의 5층짜리 별장은 어떻게 3층으로 만들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넥도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빈부격차의 심각성이다. 갈수록 벌어지는 가난한 자와 부자의 차이는 이미 정치·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러시아의 빈부격차는 조만간 남아메리카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빈민층으로 분류되는 러시아 연금생활자(3,000만명 안팎)들의 월평균 소득은 7만∼8만루블(14.5∼16.5달러)에 불과하다. 전체국민의 1%로 추정되는 고소득층은 월평균 7,200만루블(1만5,000달러)을 벌어들인다. 러시아인의 평균임금은 71만루블(148달러)수준.

6월 대선을 앞두고 메르세데스 시리즈가 유행하는 것은 대권주자들에게 빈부격차 해소가 앞으로의 가장 큰 현안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듯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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