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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쟁 가열 문제있다/개념·경계 모호,표 의식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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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쟁 가열 문제있다/개념·경계 모호,표 의식한 전략

입력
199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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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정책·인물 대결 아쉬워지금 정치권에서는 보수논쟁이 한창이다. 신한국당과 자민련이 서로 「보수원조」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민회의는 중도온건을 표방하고 있다. 특히 신한국당과 자민련은 「왕당파 잔당의 수구」, 「개혁을 빙자한 파괴주의」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이들 두 정당은 마치 보수주의에 정당의 사활이 걸린 것인양 격하게 맞붙고 있다.

이념이 중시되는 사회주의체제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정치적 주의나 노선이 쟁점이 된다는 사실은 부적절하기 이를데 없다. 더욱이 시대사조가 변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있고 21세기를 앞두고 있다는 연대기적 차원에서도 보수의 쟁점화는 어색하다는게 중론이다. 상당수 정치학자들은 『보수주의는 장기적인 시대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보수논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정치권에서 보수주의가 부상하고 있는가. 이는 정치상황의 일시적 변동과 정파적 이해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 정권의 급속한 개혁조치들로 일부계층의 불만과 불안이 조성되고, 그 여파가 안정에 대한 희구로 나타나고있어 보수주의가 대두되고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정파가 개혁의 역기능, 이로인한 사회일각의 불안정을 4·11 총선에 접목시키려하는데서 보수논쟁이 촉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민련이 개혁의 「허점」을 치는 수단으로 보수주의를 거론했고 이를 방어하기위해 신한국당이 신보수주의를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국민회의는 이 논쟁에서 소외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온건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차원에서 중도온건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보수론이나 신보수론, 중도온건론이 별다른 편차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모두가 현 질서의 좋은 부분은 유지하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 사회를 안정시키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각 정파의 보수론은 표를 의식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자민련은 현 정권이 금융실명제 과거청산등 이른바 개혁조치들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절차미비와 급속한 템포에 반발, 여권에서 이탈한 안정세력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에서 보수론을 제기한 것이다. 신한국당도 여권표의 이탈을 막는 방어벽으로 신보수론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사를 반추해보면, 이들 논쟁이 철학적 기반을 두지않고 선거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90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종필 총재가 「보수대연합」이라는 명분아래 3당합당을 했으면서, 서로 갈라진 지금에 와서 서로의 노선을 비난하고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정체된 상황이라면, 각 정당이 진보론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역의 추론도 가능해진다. 때문에 각 정당이 개념의 경계가 모호한 보수론으로 대결하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 인물로 상대 정당과의 차별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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