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여성적 이미지로 잔잔히 풀어소설가 이순원씨가 장편 「수색, 그 물빛 무늬」(민음사간)로 새로운 소설쓰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문제를 소설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큰 관심을 모았던 이른바 「압구정동…」시리즈에서 벗어나 이번 소설에서 그는 가족, 추억등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냈다. 같은 주제의 단편 6개를 묶은 연작소설이다. 주인공이 되는 화자는 남자이지만 소설에는 여성적 이미지가 구석구석 깔려 있다. 그래서 시종일관 여리게 흘러가고, 잔잔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된다.
주인공 수호는 전업작가. 서울의 한 구석 수색에 대한 묘한 그리움을 안고 있다. 그 곳은 아버지가 첩으로 데려온 「엄마」가 본래 살았다는 곳. 다섯 형제중 가장 맞춤한 수호를 정붙이 아들로 삼아 아이를 낳지 말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수호는 친어머니를 두고 새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난 뒤 가족사의 얽힌 이야기를 제대로 알게 되지만 친어머니에게는 원망과 미안함의 감정이, 새어머니에게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남는다. 소설은 두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아내와의 불화를 다스려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수호가 「수색」을 소재로 자신이 발표한 작품들, 그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작품마다 계속 소개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작가 자신의 모습을 옮겨놓은 듯 보이는 이런 장치는 화자가 저도 모르게 갖는 그리움의 정체를 제3자의 시각에서 전혀 다르게 읽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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