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정이 급해져 가고 있다. 북한에 들어갔다가 나온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든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든 북한의 요즘 사태는 예사롭지가 않다. 비참한 경제사정으로 인한 현상들이다. 현장답사를 갔다온 한 서방인사는 평안도 어느 도시에서 봤던 비참한 기아현상을 얘기하면서 가슴을 쥐었다. 아이들은 식용토라는 흙을 파먹고 살고 나이든 어른들은 식구들을 위해 「나는 먹었으니 너희나 먹으라」면서 굶다가 이튿날 새벽에 깨보면 죽어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 크지 않은 병원의 원장의 말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사망진단서를 뗀것만 1,200건이나 됐는데 죽은자의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인이었다고 했다. 어린이가 흙을 먹으면 배는 고프지 않으나 대변이 안나온다는데 부모들이 꼬챙이로 대변을 파내다가 항문동맥을 건드려 피투성이가 된채 죽어가는 아이들도 많다는 것이다.북한정부는 이미 8개월째 배급을 중단한 상태이다. 중앙당은 도당본부에 배급문제를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했고 도당은 군당에 『알아서 처리하라』, 군당역시 하위당에 『알아서 처리하라』는 명령을 보낸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2월16일의 국경일(김정일생일)때 8개월만에 처음으로 북한전역에 이틀치분의 배급이 있었으나 이것으로 또 끝이었다.
지방과 중앙간의 명령체계도 순조롭지가 않다. 외부 구호품이 중앙으로 오면 지방으로 내려가지가 않고 혹 지방으로 구호품이 직접 가기라도 하면 아무리 중앙에서 고함을 질러도 중앙으로 실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방관리들은 공공연히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호품을 지킨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서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북한에서는 약300명의 즉결처분 총소리가 났다. 당의 명령이 순순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도 되고 인민이 죽기를 각오하고 명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북한정부가 이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홍수피해가 실제로 어떻고 주민 기아상태가 어떤지를 중앙당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비록 파악하고 있다해도 합리적인 대책을 서로 토의하고 결론지어 이를 실천할 길이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일은 벌써 오랫동안 당, 군, 정부 등의 어느 쪽과도 합동대책회의를 가진바 없다. 북한의 모든 문제는 최고사령관이자 당최고 비서인 김정일에게 문서로만 안건이 올라가고 김은 이 문서들을 서명하거나 서명하지 않는 소위 서면상신으로만 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문제의 파악과 합리적인 대책이 나올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서면상신이 올라가면 김은 문서에 날짜만 쓰거나, 서명을 하거나, 서명을 하고 연필로 논평을 적어넣는 3가지 방법으로 결재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 모든 정책결정이 이뤄져서는 도무지 지금의 북한상황이 해결될 수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한은 두가지 측면의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다. 하나는 고통받는 형제가 살고 있으면서 반드시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이 돼야하는 곳이 북한이라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남한보다 우세한 군사공격력을 갖고 있으면서 줄기차게 남한을 공격하고 위협하고 공작하는 곳이 북한이라는 점이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당국의 양보없는 한반도적화통일 정책에도 불구하고 몇번 인도적 지원책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15만톤이나 되는 쌀 제공도 결국 양측감정만 더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정부대 정부의 하이 폴리틱(High Politics)으로는 북한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로 폴리틱(Low Politics)으로 갈수 밖에 없다. 정부(한국)는 북한것을 다스릴만한 군사정책, 안보정책,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대신 개개 시민(남한)이 대북한지원 외교원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정부가 시민들의 로 폴리틱을 도와야 한다. 북한시민과의 접촉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그 접촉을 통해 북한인민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을 줘야 한다.
북한은 약간의 개방정책을 통해 그래도 민간인이 북한인들과 접촉할 창구를 가느다랗게나마 열어놓고 있다. 이산가족, 탈북자, 재외동포들을 통해 양식이 전달되고 이부자리가 전달되고 돈이 전달되면 김정일정부에게는 안정을 갖다 줄수도 또 거꾸로 비상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인민을 돕는 것이 북한정부의 존립에 좋을 것인지 나쁠것인지를 따질 여유가 없다. 우선 공급량의 절반만이라도 주민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북한에 쌀이 들어가고 약품이 들어가야할 시점이다. 시민외교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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