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는 「판」자가 들어간 말이 참 많다. 마당과 자리를 의미하는 판, 승부의 숫자를 의미하는 판, 인쇄에서 쓰는 판, 외래어에서 들어 온 판 등등. 그러나 마당과 자리를 의미하는 「판」자가 들어간 말이 아무래도 더 많은 것같다. 좋은 의미로도 많고 부정적인 의미로도 많다.일반적으로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에는 바둑판 장기판 윷판 놀이판 빙판 들판 살얼음판 모래판 씨름판 영화판 춤판 연극판 소리판 벌판 엿판 철판 베니어판 흑판 한판 두판 출판 활판 인쇄판 결판 살판 ○○년도판 등등이 있다.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말은 싸움판 개판 화투판 난장판 섰다판 투전판 정치판 술판 먹자판 놀자판 쓰레기판 거지판 등등이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가 판을 치는 때가 됐다. 이리저리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21세기의 문을 여는 문턱에 서서 국민 누구나가 민족의 장래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때인 것 같다. 모름지기 이번 4·11총선 결과의 판이 잘 짜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바일 것이다. 제발 우리 모두가 누구누구에게 맡기지 말고, 미루지 말고, 넘기지 말고, 이번만은 판을 한 번 잘 짜 보아야겠다. 그리하여 세계 속의 이 나라 이 국민을 생각하고 국운을 상승시켜 주기를 서로가 빌어 보자.
국민이 판을 잘못 짜면 「너희는 역시 엽전, 3등 국민…」 어쩌고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번에도 때를 놓치고 국민이 정치판을 정화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개판 속에서 개처럼 살면서도 제가 개새끼 돼지새끼인 줄 모르고 먹자판 술판 속에서 말로만 세계화 어쩌고 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에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똑바로 처신하여 살판나는 세상으로 판을 한 번 짜 봅시다. 그리하여 좋은 의미의 「판」자가 많이많이 생겨나기를 기원합시다.<권성덕 연극배우>권성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