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속속 진출·투자확대/첨단기술 총집결·파급효과 막대/시설비·수요불투명 리스크 감수재계의 공중전이 뜨겁다. 외국 항공기제작사들이 탈냉전에 따른 시장축소로 합병 등 몸집줄이기가 한창인데도 국내업체들은 오히려 공장신설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는 지난달초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MD)의 중형항공기 사업인 MD 95 프로젝트 공동참여를 선언한데 이어 다목적헬기생산 및 항공기 개조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미국 벨사와 8인승 쌍발경헬기를 공동개발키로 했고, 네덜란드 항공기제작사인 포커NV사 인수를 추진중이다. LG 역시 헬기판매 및 정비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제작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사천공장을 고정익 항공기공장으로 활용하고 충남 보령에 헬기종합생산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한항공도 설계 및 제작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부품생산분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기술수준도 낮고 시장전망도 불투명한데도 재계 「빅4」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다투어 항공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항공산업의 무한한 잠재력때문이다. 항공산업은 국가기술력과 경제력을 가늠할 만큼 첨단기술의 집결지인데다 부품만도 자동차의 10배가량인 25만개로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또 부가가치율이 35∼40%에 달해 수익성이 높고, 신소재개발 등 제작과정에 뒤따르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곧 항공기 한대를 독자적으로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되면 당대 최고수준의 기술확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주항공시대가 본격화하면 산업구조도 개편돼 항공기제작기술을 터득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항공산업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개발비를 들이더라도 선진기술 취득이 쉽지 않고, 자체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시장개척이 간단치 않다고 주장한다.
통상산업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시설비를 회수하기 위해선 최소 200대이상을 팔아야 하고 개발비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2∼3배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반면 2000년까지 중형항공기 국내수요는 80∼120대, 헬기는 300여대 정도. 여기에 현재 국내업계는 단순조립 등 하청생산수준이어서 해외기술도입이 불가피한데 수출도 상당기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독일의 MBB와 프랑스의 에어로스파샬, 영국 웨스트랜드와 이탈리아 아구스타사가 합병하고, 미국 보잉사와 MD사가 헬기부문을 통합하려 했던 것도 시장축소에 따른 것이다.
삼성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산업에 비해 투자비가 많이 들고 그 회수기간도 길지만 미래산업인 탓에 리스크만을 따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항공기만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결과」는 불투명하지만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수효과 등을 기대하는 업계로서는 투자를 더욱 늘릴 전망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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