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거가 한달 남았다. 건곤일척을 겨루는 신한국당등 4당의 전열이 가다듬어졌다. 4당의 정치와 국정 청사진은 어떤 것인가. 김윤환(신한국당), 김대중(국민회의), 김원기(민주당), 김종필(자민련)등 4당대표의 관훈클럽초청토론회와 4당의 공약에 나타난 청사진은 정치·행정에서는 나름대로 특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으나 경제부문에서는 「선심공약」 일색으로 돼있어 신뢰성이 반감된다.우리 정치판도가 3김과 지역할거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해서 청사진의 값이 증발되는 것이 아니다. 3김에 의한 지역분할구도가 너무나 뿌리 깊기 때문에 캐스팅 보트는 오히려 비3김지역유권자들이 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TK(대구·경북)지역과 그 지역출신 유권자들과 3김지역출신 유권자들을 제외한 순수 제3지대 유권자들은 감정이나 감성보다는 논리적인 판단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냉철한 결정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각당의 공약이 비전, 선명, 차별성이 있어야 겠다.
이번 총선결과에 따라서는 가장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정부형태의 문제에 있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각각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제를 지지하는 상반된 선택을 했다. 한편 당수인 김영삼 대통령이 현행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선호를 기회있을때 마다 표명해온 신한국당은 이번 공약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양당 모두 특히 신한국당의 경우 설령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다해도 제1당이 될 것이 확실하므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신한국당은 과반수이상을 확보, 김영삼 대통령 정부의 안정을 보장한다해도 97년 차기대통령 후보선출문제를 놓고 엄청난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주기위해서도 신한국당은 대통령제냐 내각제냐에 대한 방침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 좋겠다.
또한 4당은 최근 논쟁아닌 상호 비방을 초래, 여론의 빈축을 사온 색깔 즉 이념문제와 관련하여 조심스럽게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으나 표를 의식한 슬로건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김윤환대표는 3김정치의 종결, 정치의 안정, 개혁의 제도적 완성, 영세사업자와 근로소득자 세부담 경감등을 언급했다. 김대중 총재는 『국민회의가 보수정당이라 한 일도 없고 내가 보수주의자로 자처한 일도 없다. 국민회의는 중도온건노선의 정당이며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다』고 했다.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중도온건을 의식했을 지도 모른다. 김원기 공동대표는 3김시대의 청산에만 초점을 맞췄다. 김종필 총재는 『자민련은 한국보수주의의 중심이며 안정희구세력의 주체다』며 보수의 본류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색깔논쟁은 색깔 그 자체가 보수우파와 중도우파를 넘어가는 경우 여론의 주류로부터 배척되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 자민련이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기득권층의 핵심세력인 재벌기업을 위해 특별히 대변하고 있는 것도 없다. 경제를 민간의 창의와 자율에 맡기자는 것도 각당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편 세금에 있어서는 각 정당이 대폭적인 감축을 주장했는데 한눈에 실현성이 의문시 된다. 근로소득세 30% 내지 50% 공제, 부가가치세 5% 내지 8%로의 인하등 파격적인 감세제의는 거기에 상승하는 예산의 감축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상선심에 불과하다.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또한 통일외교부문도 미비하고 안보부문에 대해서는 「한미 안보협력 증진」 「한미 행정협정 개정」 「복무기간 24개월로 단축」 「군사시설 보호구역 대폭 해제」등이 고작이다. 전력증강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일본이 독도영유권 주장을 새롭게 하고 중국의 미사일이 대만 앞바다에 떨어지고 북한의 군비증강과 대남강경 전략이 변함이 없는 데도 말이다. 신한국당등 4개 정당은 정치·국정 청사진을 재편성해야겠다.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수권정당 내지는 그러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겠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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