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거리가 너무 어둡다. 어두운 거리는 시력이 나빠진 40대후반부터 60대의 자가운전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평소도 그렇지만 특히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희미한 가로등은 있으나 마나하다. 가로등이 있는데도 차선마저 구별할 수 없대서야 그 존재의미를 따져 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가로등은 도시의 밤거리를 밝혀 도시미관을 높이는 목적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설치목적은 보행인과 통행차량에 길을 밝게 비춰줘 사고없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목적의 가로 시설물이 조도(밝기)가 너무 낮아 제구실을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
서울의 18개 터널 속은 더 어두워 웬만큼 시력이 좋지 않은 운전자들은 터널 속을 지날 때면 사고위험을 감수해야 할 정도여서 겁이 난다. 길이가 1.5㎞에 가까운 남산 1·3호 터널의 중앙부에 도달하면 터널 속의 조명등이 매연과 먼지에 더럽혀져 희미하기만 해 터널 속의 차선과 터널벽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낮에 밝은 바깥에서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는 더 캄캄하다.
서울거리의 가로등이 어둡기만 한데는 짧지 않은 사연이 있다. 서울거리의 8만6천여개에 달하는 간선도로 가로등중 86%인 7만3천9백개가 최하 7룩스에서 15룩스 밖에 안되는 낮은 조도다. 14%인 1만2천여개만이 20∼30룩스 정도의 밝기다.
그 이유는 70년대 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할 때 오일파동이 닥쳐 에너지절약차원에서 7∼15룩스 밖에 안되는 가로등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가로등의 이같은 밝기는 선진도시인 파리와 뉴욕 가로등 밝기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서울시도 가로등이 너무 어둡다는 것을 시인, 88올림픽에 앞서 주요 간선도로 가로등의 조도를 20룩스로 올렸고 92년부터는 다시 30룩스로 높여 선진국 도시들의 밤거리처럼 거리밝히기 사업을 벌이고 있기는 하다. 올해도 3천8백등을 30룩스로 높이기 위한 예산 1백50억원을 세우고 연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이 너무 많이 소요돼 사업효과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라는 게 서울시 당국자의 설명이다.
터널 속의 조명도 원래는 30룩스면 충분하지만 통행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로 조명시설이 너무 빨리 더럽혀져 제불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한다. 조명시설청소를 자주해야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그것마저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 말이다.
어쨌거나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은 나라의 수도라면 그에 걸맞게 단장한 도시모습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가로등이 어두워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궁상은 이제 털어버릴 때가 됐다는 것을 시정당국이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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