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괴롭히며 저항의지 과시 양면전술체첸 자치공화국의 수도 그로즈니에 대한 반군들의 기습공격으로 체첸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6월 「부덴노프스크 인질극」의 주역 샤미르 바사예프가 이끄는 체첸반군은 6일 그로즈니시내로 진입했으며 정부청사와 방송국을 장악하기 위해 사흘째 러시아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그로즈니에 군을 증파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반군의 이번 공격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차례 구사해온 「치고 빠지기 작전」의 하나이다.
체첸반군은 3일부터 시작된 러시아군의 「춘계 대공세」로 상당한 위기에 빠져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1월초 그로즈니를 빠져나간 반군 주력부대가 세르노보드에 숨어 있다고 판단, 이 지역에 대한 초토화 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체첸반군의 대응카드가 그로즈니 공격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러시아군의 주력부대를 다시 수도 그로즈니로 끌어들임으로써 세르노보드의 동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우회전술인 것이다.
반군의 대공세가 파벨 그라초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그로즈니 방문 다음날 이뤄졌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꺾이지 않는 반군들의 저항의지를 다시한번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반군의 기습공격을 초래한 러시아군의 세르노보드 초토화작전은 체첸 반군의 최고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목조르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체첸사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협상을 위한 보다 유리한 고지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춘계대공세를 통해 상대를 벼랑으로 몰고 가려는 러시아측의 전략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체첸 반군은 조만간 러시아군의 중화기에 밀려 그로즈니에서 퇴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군의 전형적인 게릴라전법은 앞으로도 옐친 대통령과 러시아정부를 괴롭힐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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