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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돈선거」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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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돈선거」인가(사설)

입력
199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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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돈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다. 그 중요성에 비례해서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선거비용 지출은 적정수준을 지켜야 한다. 지출이 너무 많으면 자금 조달에 무리가 생긴다. 과다 지출­과잉 조달의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을 거듭할 경우 정치가 부패한다. 정경유착이라는 이름의 부정부패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노태우 전두환 스캔들에서 보아온 그대로다.두 전직 대통령의 엄청난 정치자금 스캔들이 국민들에게 던진 충격은 참으로 컸다. 그래서 앞으로는 깨끗한 정치, 돈이 덜드는 선거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저마다 다지고 있었다. 다른 나라 국민들 보기에도 정말 창피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지금 선거에 열중하다 보니 조금전의 충격과 각오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모두가 돈 타령이다. 각 정당이나 후보가 저마다 선거자금이 모자란다고 아우성들이다.

구정치를 청산하고 새시대 새정치의 기수로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이 웬 돈 타령이란 말인가.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정치개혁의 제1조가 아닌가. 공식 선거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자금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걸보면 이번 15대총선도 글자 그대로의 공명선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금권선거로 타락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얘기다. 경쟁이 치열하면 그만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급기야는 금권선거로 치달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 고시한 각후보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평균 8천4백만원이지만 이 법정한도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 그 이상을 써버린 후보들이 수두룩하고 앞으로 그 액수의 2∼3배는 물론 10배 이상까지 쓸 계획을 세우고 있는 후보도 많다고 한다.

개인 후보들 뿐 아니라 각 정당에서도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후원회비 모금에 열을 올리고 간부들에게 일정액을 할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왜들 이렇게 법석을 떠는가. 여당의 경우 과거처럼 청와대에서 막대한 자금이 내려 오는 것도 아니고 기업으로부터 받던 기탁금이나 후원금도 옛날 같지 않다. 궁하기는 야당이 더 심하다. 전국구 의원후보들로부터 받던 특별당비 명목의 헌금도 이제는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금조달의 현실적 어려움이 아니다. 사고방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세상이 달라졌는 데도 정당이나 후보 유권자 운동원들은 여전히 선거에는 많은 돈을 써야 당선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돈과 선거의 함수관계에 대한 종래의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안쓰는 방향으로 생각을 고친다면 돈 타령이 나올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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