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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저 「새야새야 녹두새야」/이재정 성공회대총장(요즘 읽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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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저 「새야새야 녹두새야」/이재정 성공회대총장(요즘 읽은책)

입력
199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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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와 외세에 맞선 녹두장군 이야기/독도문제 불거진 현상황 의지새롭게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우리들의 옛날 이야기들을 잃어 버렸다. 할아버지 무릎 앞에 앉아서 가끔은 무섬증으로 소름이 돋기도 하고 가끔은 신이 나서 듣던 호랑이 이야기며,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성진 소금장수 이야기들이 이제는 컴퓨터에 밀리고 영어에 눌려서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햄버거나 피자가 우리의 입맛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말았다. 고추장 대신에 버터가, 삶은 감자나 부친 감자 대신에 프렌치 프라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진작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옛날 이야기 보다 안데르센동화를 더 먼저 읽고, 우리 가락을 익히기 전에 세레나데나 산타루치아를 신나게 불러대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이런 것 다 집어치우고 옛 것으로 또는 우리 것으로만 돌아가자는 고집을 부리자는 말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옛날이야기 가운데 뭐니 해도 「녹두장군」이야기는 정말 신나는 역사이야기다. 요즘 독도문제로 떠들썩한 상황에서 장편 역사동화 「새야 새야 녹두새야」(현암사)를 다시 꺼내 읽으면서 불의와 외세에 맞서 싸운 녹두장군이야말로 그냥 역사적인 한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어야 할 「하늘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들만 읽을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우리의 자랑스러운 옛 이야기이며 오늘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와 희망인 것이다. 이 책에는 꿈을 가진 아기장수의 이야기부터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효도의 깊이가 있으며 탐관오리에 대한 하늘의 징벌이 있는가 하면 기울어 가는 나라에 대한 의지가 펄펄 살아 있다.

이 책의 압권은 역시 제3부 황토마루의 귀신놀이일 것이다. 저자 김은숙씨는 하늘마음을 가르쳐 주던 훈장님이 한 마리 새가 되어 세상을 뜨자 마침내 때가 왔음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녹두부대 깃털군을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로부터 할아버지에 이르는 사람들이 뜻과 힘과 꾀를 모아 오직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의로움으로 치달아 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문득 스스로 녹두장군 전봉준이 되거나 아니면 깃털군의 용맹스러움에 끌려 그대로 그 군대의 일원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보리개떡과 주먹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아이들이 벌인 황토마루의 전투는 역사적 사실이 그대로 아이들의 꿈 속으로 잦아들게 한다.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뚜렷한 말의 선택도 빛나는 것이지만 간간이 우리의 상상력을 돕는 정승각의 그림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이제 쥐불놀이의 철도 지나고 있으니 부모와 아이들이 이 책을 돌려가며 함께 읽고 이야기 자리라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런 역사동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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