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돈의 함수/운동원 등 인건비만 10억이상/“5억가지곤 안돼” 출마포기도/무거운 처벌불구 「불법요령」만 늘어나수도권의 중소도시에 출마예정인 한 여당후보는 『3백명의 운동원을 가동하면서 한사람에게 5만원의 일당을 주고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후보가 공천을 받은 지난달 초순부터 지금까지 운동원유지에만 사용한 액수가 4억원이 넘는 셈이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잠정산출한 이 선거구의 법정 선거비용인 1억원을 벌써 4배나 초과한 규모다. 이 곳의 법정 유급선거운동원수는 50명정도이지만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후보는 앞으로 35일이 남은 선거때까지 9억원이상을 운동원들에게 지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가 사무실유지비, 홍보비, 통책, 동책 협의회장등에 지급할 조직관리비에다 정당 및 합동연설회 「동원비」, 그리고 선거막판에 투입할 예비비등을 합치면 총액은 15억원을 족히 넘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중에 떠도는 이른바 「20당10낙설」(2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10억원을 쓰면 떨어진다)이 전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님을 실증해주는 대목이다.
역시 문제는 인건비다. 무엇보다 자원봉사제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데다 기존 조직도 『돈을 주지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하루에도 수십차례 열리는 지구당개편대회, 당원단합대회, 의정보고회의 참석인원과 열기는 후보자의 지출규모에 비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최근 눈길을 끄는 행사장 「도우미」의 일당만해도 8만∼10만원에 달한다.
대도시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한 야당의원은 3백50∼4백명에 달하는 기간조직에 1월부터 매월 30만원씩의 월급에다 이달부터는 10만∼20만원의 별도 활동비를 지급, 이 부문에만 12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이 의원의 자금운용 책임자는 『얼마전 열렸던 지구당대회만해도 참석자 2천여명에게 도시락과 음료수가 제공된 것은 물론 동원비까지 지급돼 1억3천만원이 들었다』고 실토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3선을 노리는 여당의원의 한 측근은 『14대선거때는 17억원을 썼지만 이번에는 25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선거에 비해 무려 47%가 증액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건비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농·어촌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반화하는 양상이다. 도시에 비해 인구수는 적지만 청년층의 이농현상으로 운동원확보가 훨씬 어렵고 관계당국의 선거운동감시는 상대적으로 약하기때문이다. 때문에 농촌지역도 조직을 가동하려면 최소 10억원이상이 소요된다는 게 정설이다. 이와 관련, 신한국당공천에서 탈락한 강원도출신의 한 인사는 『5억원의 자금으로 현지에서 무소속출마를 모색하다가 「이 정도로는 턱도 없겠다」싶어 출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출마한 재야출신의 한 30대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선거자금에 관한한 법준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긴축에 긴축을 거듭했지만 인건비때문에 법정선거비용인 9천1백만원의 2배이상을 써야만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때만해도 무거운 처벌규정을 의식, 돈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요령」이 늘어 지출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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