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KBS TV의 「열린 음악회」 유치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이를 유치하려는 대학당국에 대해 음대측이 캠퍼스에서 대중가요 위주의 음악회를 열 수 없고, 열려면 클래식 음악이 50% 이상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93년 5월9일 시작돼 이번 주로 1백50회를 맞는 「열린 음악회」만큼 열린 프로그램도 드물다. 동요에서부터 오페라 아리아, 가곡, 대중가요가 장르를 떠나 흥겹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히 노래 감상만이 아니라 같이 부르며 참여할 수 있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자랑이다.
무엇보다 불가능하게만 생각됐던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벽을 허문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성악가와 대중가요 가수가 한 무대에 설 뿐만 아니라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서로 노래를 바꿔 부르며 그동안 접목을 가로막았던 인식의 높은 벽을 뛰어 넘었다.
이같은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의 문을 활짝 열게 한 것을 비롯, 권위에 젖은 국회의 벽을 허물고 민통선 개최로 분단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다. 추기경이 출연해 대중가요 「애모」를 부르고 안기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한 것도 기억될 「사건」이다. 이젠 K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공영방송의 갈 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것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접목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열린 음악회」가 그동안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을 보다 가까이 끌어내렸지만 이제 그 시작에 불과하다. 처음 의도대로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의 접목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 비율을 더 높이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열린 음악회」가 처음 취지와는 달리 점차 클래식의 비중이 적어져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쌓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서울대 개최 문제도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클래식 음악의 비율이 낮다는 데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15∼20%정도의 비율은 유지해 왔다지만 팽배한 클래식 음악쪽의 불만을 달래기엔 부족하다. 서울대 개최를 「열린 음악회」가 더 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클래식 음악쪽도 대중화의 노력에 스스로 협력해야 한다. 점점 클래식 음악과 대중가요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대중가요 음악회가 캠퍼스에서 열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 클래식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대중가요와의 접목은 바람직한 일이다.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열린 음악회」가 클래식 음악과 대중가요가 멋지게 어울린 한 마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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