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P기준)이 드디어 1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잠정추계에 따르면 95년 1인당 GNP는 1만39달러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제가 압축성장을 거듭, 이제 오늘의 수준에 이른 것에 대해 자긍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62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P는 27달러에 불과, 세계 최빈곤국의 하나였다. 사실상 무에서 출발했던 우리나라 경제는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이 시동되면서 77년 수출 1백억달러, 1인당 GNP 1천달러를 달성했다. 뒤이어 조선·기계·중공업·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의 본격적 개발과 중동 등 해외건설의 활발한 진출로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89년 5천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6년만에 1만달러대에 진입했다. 우리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다.
87년 권위주의 체제가 퇴장하고 노동3권의 보장 등 경제민주주의가 부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 고도성장의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생명력이 그만큼 저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가 정치체제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 왔던 것은 정치의 경제 제1주의의식, 재벌그룹 등 기업가들의 모험적 기업가정신, 여전히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 능률의 증폭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성취에 자족하는 것보다 우리가 세계경제의 선두그룹에 참여하고 거기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앞으로 타개해 가야 할 미래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이 미래에의 도전의 성패에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다.
사실 1인당 GNP 1만달러의 돌파를 크게 자랑할 것도 없다. 우리와 같은 아시아의 4용 가운데 다른 3용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1만달러의 이정표를 지나갔다. 싱가포르는 89년 이것을 달성, 현재 2만달러에 접근하고 있고 타이완도 92년에 돌파했다. 홍콩도 벌써 넘어섰다. 우리가 맨 뒤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의욕적인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2001년 2만달러, 2005년에 3만달러를 초과하여 2010년에는 현재 세계 12위(GNP기준)의 경제규모를 영국을 제치고 세계 7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달성하려면 국민의 가치관에서부터 경제제도·체제 등에 지각변동의 변혁과 혁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에서부터 금융·조세 등이 선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유와 경영관계도 합리적으로 정립이 돼야 한다. 뭣보다도 정치적 안정과 정·경사이의 효율적인 관계정립이 정착돼야 한다.
1만달러시대는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지향한 원년이라 하겠다. 그만큼 새로운 자세와 결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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