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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마닐라 카지노 현장취재(「도박 관광」 이대로 좋은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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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마닐라 카지노 현장취재(「도박 관광」 이대로 좋은가:1)

입력
1996.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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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도박장마다 한국인 북적/한해 3,000억원 날린다/폭력배 연계 납치·청부살인까지/외화밀반출 수법 교묘/정부 단속도 속수무책마카오와 마닐라. 두 도시에 한국인이 떼지어 몰려가고 있다. 「카지노 천국」을 찾아가는 도박 관광객들이다. 이 때문에 매주 6회의 서울발 마카오행 직항노선의 좌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마카오까지 고속페리로 50분 가량 걸리는 홍콩행 비행기표도 1주일전에 동이 날 지경이다. 필리핀 마닐라행도 카지노 도박관광을 떠나는 한국인들로 점차 붐비고 있다.

이를 증명하 듯 마카오와 마닐라의 카지노 도박장 주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한인 고리대금업소와 환전소가 늘고 있다. 카지노업소들은 한국인 전담 판촉사원을 경쟁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특급손님으로 대접받는다.

두 도시에서 한국인들이 하룻밤에 쏟아 붓는 판돈은 엄청나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두 도시를 합해 줄잡아 10억원 가까이 된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이다. 1년에 3천억원 가량이 카지노 판에 버려지는 셈이다. 정부의 외화 밀반출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거액의 현금이 「도박판돈」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돈을 유출하는 수법은 다양하고 교묘하다. 거액의 현금을 갖고 나가기는 어려우므로 현지의 카지노 관련자들과 연결된 국내 조직이 국내 은행등에 개설한 차명계좌에 돈을 넣고 현지에서 게임칩을 받는 방식이 가장 많이 통용된다. 이밖에 현지 업체를 통한 환치기 등도 이용된다. 서울에서 현금을 주고 플라스틱 게임칩을 사서 나갈 수도 있다. 마카오와 마닐라에서는 한국 수표와 어음까지 얼마든지 판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인 도박관광은 호기심 반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서부터 「큰 손」에 이르기까지 급증하고 있다. 현지 한인 판촉사원들이나 한인 관광가이드들의 고객리스트에는 알만한 기업인이나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수두룩하다.

잦은 원정도박에 빠진 이들은 카드 2장으로 끝수를 재는 「가보잡기」와 비슷한 방식인 「바카라」 게임으로 하룻밤에 수십만 달러를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전문적인 도박꾼들은 최근에는 마카오보다 마닐라로 점차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주변 환경과 날씨, 시설이 좋고 영어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도박의 뒤에 폭력조직이 도사려 있다는 것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마카오와 마닐라에서는 최근 1년간 한인 관광객들의 실종 및 납치사건, 청부살인, 암매장 사건이 최소한 5건이 발생했다. 카지노 주변의 이권과 대금결제를 둘러싼 국내 폭력조직과 사채조직이 개입된 것으로 일단 추정되지만 수사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정부당국은 도박관광의 실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 이 순간에도 거액의 외화가 빠져 나가고 한국인들이 떼지어 마카오로 마닐라로 도박을 위해 떠나지만 정부는 무대책이다.<마카오·마닐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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